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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신 있게 했으면...
여섯 살 진수는 놀이터에 갈 때마다 기분 좋게 들어오는 일이 별로 없다. 나갈 때마다 오늘은 울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약속하지만 울지 않고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진수 때문에 엄마도 걱정이 많다.
놀이터에 나간 진수는 처음에는 흙도 만지작거리고 미끄럼도 타면서 잘 놀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른 아이들이 주변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미끄럼틀에 올라가려고 서 있다가도 다른 애가 오면 슬그머니 피하고, 그네에 지금 막 올라탔다가도 다른 애들이 다가오는 기척이 있으면 그네는 타고 싶지 않다며 내려온다. 심지어 들고 나갔던 장난감을 뺏기는 일도 많고, 상대 아이가 주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리곤 해서 엄마가 나서서 상황을 무마하곤 했다.엄마는 진수가 너무 자신감이 없어 학교생활을 잘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진수 아빠 역시 남자애 성격이 그러면 나중에 사회에서 치일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수에게 친구가 때리면 그냥 맞지 말고 같이 때리라고 하고, 다른 애가 뺏어가려 하면 꼭 잡고 뺏기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부모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진수는 더욱 겁먹은 얼굴이 된다.
아이가 또래와 만났을 때 당당하게 자기표현을 하거나 맞서지 못하면 부모는 아이가 자신감 없이 성장할까봐 걱정을 한다. 좀 거칠어도 또래와 맞서 상대를 밀치고 큰 소리를 치면 자제시키면서도 속으로 한시름을 놓는다. 적어도 맞고 다니거나 손해보고 참지는 않겠구나. 반대로 다른 아이들과 부딪힐 때마다 밀리고, 주장을 못하면 속이 상하다 못해 화가 나기까지 한다. 도대체 뭐가 부족해 자기 것을 뺏기고도 말을 제대로 못하고, 거기에다 못나 보이게 울기까지 하는지, 이런 모습이 나중에도 좋아지지 않으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열 살 이전의 아이 행동은 자신감이 아닌 기질에 의해 결정된다. 기질이 순하고, 새로운 일에 대해 불안수준이 높은 아이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상황에서 대부분 주춤하면서 밀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은 자신감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기질적으로 조심성이 많음을 보여준다.
자신감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유능함이 결부되면 경험하는 느낌이다. 즉,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레고블럭을 잘 만들어. 나는 글씨를 잘 써’라는 구체적인 능력이 결부되어 자신감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막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은 나이에 맞지 않으며, 설사 ‘나 혼자 해볼게’하고 우기더라도 이것은 자신감이 아니고 그냥 흥미를 느껴서 중단하고 싶지 않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에 가깝다. 자신감이란 그 일을 내가 유능하게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며, 이 느낌이 현실적 근거에 기반 해야 한다. 무턱대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판단력이 미숙하다는 근거가 된다.
자신감은 해본 일에 대해 가장 분명하게 느낀다. 평소 스스로 양말을 신었던 아이라면 상황이 바뀌어도 양말을 줬을 때 바로 받아들고 혼자 신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나 이거 해봤어. 잘할 수 있어’라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게 자신감이다.
따라서 아이가 자신감 있게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익숙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해보는 것과 처음 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 학교에 입학해서 가방 챙기는 것, 알림장 쓰는 것, 책상 위 정리하는 것을 해본 아이라면 선생님이 지시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익숙하고 빠르게 주어진 과제를 해낼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게 여유와 자신감이다. 거칠게 다가오는 또래와 예상외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개발된다. 오히려 함께 거칠게 대응한다면 집단생활 적응이 어려울 뿐이다. 규칙 내에서 규칙에 적절한 대응책을 배우는 게 아이에게는 가장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