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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속마음은 일기에 쓰면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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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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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도서관
박효미 글, 김유대 그림/사계절 펴냄(2006)

“요새 재미있는 책이 어떤 거예요?” 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한데 이거야말로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대체 사람들은 정말 어떤 책을 재미있어하는 걸까? 때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가만 보면 사람들은 재미와 감동이 보편적일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아니다. 개인적 경험과 이해에 비례한다. 다른 말로 재미는 취향이 좌우한다. 나와 비슷한 친구가 권한 책이나 영화가 재미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린이 책을 읽을 때도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하거나 지금 내 아이가 겪는 고민과 겹칠 때 더 각별하고 재미나다. 아이랑 엄마가 가장 많이 실랑이를 벌이는 일 중 하나가 일기쓰기다. 세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아이와 이 때문에 답답한 엄마가 함께 보면 공감할 책이 있다. 박효미의 <일기 도서관>이다.

3학년 민우의 선생님은 일기는 밥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며 매일 검사를 한다. 게다 열 줄 이상 써야 한다. 만약 일기를 안 냈거나 냈더라도 열 줄이 안 넘으면 도서관 청소를 해야 한다. 매번 세 줄을 못 넘기는 민우는 늘 혼이 난다. “너는 하루 종일 한 일이 이 것뿐이야? 생각을 깊이 하라고 했지. 생각하면 뭐든지 다 쓸 수 있어. 넌 도대체 생각을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벌로 도서관 청소를 하던 민우는 마법의 공간 일기 도서관에 가게 된다. 그곳은 학교가 생긴 이래 아이들이 쓴 모든 일기를 보관하는 곳인데, 거기서 여러 아이들의 일기를 읽는다. 민우처럼 세 줄도 못 쓴 일기, 검사받지 않고 쓴 비밀 일기, 선생님에게 검사받은 흔적이 역력한 일기, 잘 썼다고 칭찬받은 일기까지 별의별 게 다 있었다. 민우는 그중 잘 쓴 일기장을 가져와 베껴 내고 이제부터는 벌을 안 받아도 된다며 안심한다.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꼬인다. 설마 선생님이 민우가 남의 일기를 베낀 걸 아는 걸까.

동화를 읽어나가면, 민우가 왜 일기에 쓸 말이 없는지를 알 수 있다. 민우의 엄마 아빠는 분식점을 하는데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부모랑 놀러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당연히 일기에 쓸 특별한 일도 없다. 혼자서 밥 먹고 게임하고 텔레비전 보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물론 일기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아야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눈치로 안다.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이나 부모의 실수처럼 보고 느낀 속마음을 솔직하게 쓰면 어른들이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더 이상 일기에 진짜 속마음을 쓰지 않는다. 착한 일을 꾸며내고, 먹고 논 걸 자랑할 뿐이다. 일기는 보여주는 위한 것일 뿐 거기에 진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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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검사를 위해 쓴다면 그보다 고약한 숙제가 없지만, 사실 일기는 쓰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는 참 좋은 습관이다. 단 솔직한 내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비밀 일기라야 한다. 그래야 일기 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다.

<일기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왜 일기 쓰기가 그토록 고역인지, 진짜 일기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겨울방학 동안 일기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초등 1~3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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