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어린이들이 9일 오전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구립 대림늘푸른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구연동화를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나이를 묻자 어린이들이 손가락 다섯 개를 활짝 펴 보이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2004년 민간 어린이집으로 개원했으나 2012년 국공립으로 전환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싱크탱크 광장] 서울시 ‘비용 절감형 모델’ 주목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자와 더불어 영유아를 건전하게 보육할 책임을 지며, 이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영유아보육법 제4조)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 이후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개입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는 정부가 보육 서비스를 민간 어린이집에 일임한 채 비용 지원에만 집중해, 막상 가장 중요한 문제인 보육의 질 관리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의 취지인 공공 보육을 구현해낼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의 최대 걸림돌인 재원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으로 서울시의 비용절감형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단순히 국공립 어린이집 개수만 늘리는 차원을 넘어 지역 내 ‘보육 거점’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어린이집 현실은무상보육 불구 민간어린이집 의지
‘보육업자’ 양산뿐 서비스질 하락
보육교사 저임금 대책도 없어서울시는 어떻게
민-관연대·공공기관·공동주택 활용
서울시, 신축비용 1/3 비용으로
3년새 국공립 296곳 새로 확보보육 공공성 강화 목소리
국공립 양적확대도 중요하지만
가족지원-지역사회 서비스 병행
‘육아지원 원스톱 센터’ 역할 주장도■ 왜 국공립 어린이집인가?
학부모 “선생님들 처우 좋아지니…아이들도 잘 봐주시지 않을까요?”국공립 전환 ‘대림늘푸른어린이집’
교사들 처우개선·고용안전 보장
입소 대기자 수 5배 정도 늘어“아이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너무 좋다면서 ‘할머니 될 때까지 어린이집에 다니겠다’고 하네요.”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구립 대림늘푸른어린이집 만 5살, 3살 반에 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김영희(42)씨는 큰아이를 올해 유치원에 보내려다, 아이의 ‘반대’에 부딪혀 어린이집에 남기기로 했다. 김씨는 “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린이집에 대한 믿음이 한층 깊어졌다”며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여유 있고 꼼꼼하게 아이를 잘 돌봐주신다”며 신뢰를 나타냈다.2004년 민간 어린이집으로 개원한 대림늘푸른어린이집은 2009년 현재의 이경민 원장이 인수한 뒤, 2010년 서울형 어린이집(일정한 기준을 갖춘 민간 어린이집에 대해 서울시가 재정 지원을 해주는 방식)을 거쳐 2012년 12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했다. 교사들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고 “서울형보다는 학부모들의 신뢰를 더 받는 국공립이 낫겠다”는 생각에 전환을 결정했다. 전환 뒤에도 운영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주변의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입소 대기자 수가 5배 정도 늘었어요. 보육교사를 채용할 때도 예전에는 1명 뽑을 때 2~3명 정도 지원했는데, 국공립 전환 이후엔 10명 넘게 지원해요. 덕분에 양질의 인력을 골라서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근처 대림아파트 주민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단지 근처에 생기면서 임대가 더 잘된다며 반긴다고 한다.무엇보다 국공립 전환 뒤 가장 큰 변화는 교사들의 처우 개선이다. 민간 어린이집은 교사와 원장의 개별 협상을 통해 임금이 정해지기 때문에 100만원대 초반의 저임금에 교사들이 노출되어 있다. 서울형의 경우에는 기존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1호봉(151만원)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은 그 이전의 교사 경력 모두를 인정받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이와 별개로 처우개선비(14만5000원)와 근무환경개선비(15만~17만원), 담임수당 등을 추가로 받게 된다. 대림늘푸른어린이집에서 4년째 아이를 돌보고 있는 장유정(37) 교사는 “서울형일 때는 기존 민간 어린이집에서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1호봉이었는데, 국공립으로 전환되면서 6호봉으로 뛰어올랐다”며 “무엇보다 고용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고 초과 보육에 대한 부담이 없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영희씨는 “선생님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진다는 얘기를 들으니 우선 ‘너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시간 여러 아이를 돌보는 고된 일이니 선생님들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선생님들에게 여유가 있어야 아이도 잘 봐주시지 않겠나”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또한 교사들의 이직률이 낮아 특히 2살 미만의 영아들이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경민 원장은 “정부가 어린이집을 책임진다고 하니 부모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그에 걸맞은 보육을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