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운수동 미혼모 공동생활가정 ‘편한집’에서 ㄱ씨가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다가 기세순(오른쪽)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르포 l 광주 공동생활가정 ‘편한집’
“친정집이지요. 여기에 와서 기저귀값, 분유값 걱정 없이 키웠어요.”지난 27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운수동 미혼모 공동생활가정 ‘편한집’ 도서실에서 만난 ㄱ(26)씨는 미혼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고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ㄱ씨는 세살 연하의 남자친구를 만나 사귀다가 헤어진 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출산지원 복지시설에서 아들을 출산한 뒤, 혼자 살고 있는 아버지(58)에게 도움을 청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어떻게 키울래? 입양 보내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아이를 입양 보내고 싶지 않았다. 2013년 2월 대한사회복지회의 도움으로 광주의 편한집에 입주했다. ㄱ씨는 “남자친구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어렵지만 아이를 혼자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30년 된 낡은 건물 증·개축8개 가정 18명 함께 살아
생필품·어린이집 원비 등 지원
검정고시·자격증 교육도 실시
“아기도 키우고 자립 자신감 얻어”
정부서 미혼모 지원 확대 필요편한집은 출산한 미혼모가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6월 30년 된 낡은 건물을 증개축해 시설이 비교적 쾌적했다. 500㎡ 규모에 지상 1, 2층 건물로 가족 단위로 분리된 방 13개가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한 ‘미혼 엄마’ 8가정 18명이 생활하고 있다. 거실이나 부엌을 함께 쓰면서 생활자 1명이 일주일씩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한다. 생필품비와 아기물품비, 아이 어린이집 원비 등이 지원된다. 교육실과 도서실, 놀이방 등도 갖춰져 있다. 기세순(45) 편한집 원장은 “보통 2년 이내로 생활하고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6개월 단위로 1년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편한집은 어린 엄마들의 홀로서기도 돕고 있다. 검정고시나 각종 자격증 준비 등 맞춤형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ㄱ씨도 이곳에서 동화구연 자격증을 땄고 미용기술도 배웠다. ㄴ(25)씨는 2011년 10월 편한집에 들어가 2013년 5월까지 지내면서 광주도시공사의 도움으로 국민임대주택을 지원받아 아이(5)와 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월 80만원을 받고 있는 ㄴ씨는 “편한집에서 컴퓨터활용 자격증 등을 따면서 자립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여고를 그만둔 상태에서 방송통신고에 등록해 졸업했고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ㄴ씨처럼 편한집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보육교사나 간호조무사 등으로 일하고 있는 어린 엄마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