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사계절 제공 |
서로 다른 재능이 협력해야 하는…경제는 달리기 아닌 농구와 비슷
원리와 시각 균형 돋보이는…만화 곁들인 어린이 경제 책
김경락 글, 윤지회 그림/사계절·1만2000원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어린이 경제 책이 쏟아져 나온다. 상당수는 부자 되는 법, 성공하는 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경제관념=돈 버는 법’, ‘성공=부자’라는 암묵적 전제가 아이들에게 주입된다. 물론 내 자식 돈 잘 번다면 말릴 부모 있겠는가만 많은 성공지침서들이 그렇듯 이런 책들은 허상만을 심어주는 독이 되기 십상이다.현직 경제부 기자가 현장감각을 살려 쓴 이책은 원리와 시각의 균형이 돋보인다. 자유시장경제가 작동하는 원리와 기업의 역할, 금융의 정의와 기능 등에 대해 핵심을 짚으면서 어떻게 하면 이 작동원리와 기능들이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첫 장 ‘자유시장경제, 경쟁과 협력의 원리’에서 지은이는 경제를 달리기 시합보다는 농구 시합과 더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우리 팀이 시합에서 이겨야 하는 경쟁을 바탕으로 삼고 있지만, 가드, 센터, 포워드 등 각자의 서로 다른 재능들이 협력해야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돈벌이를 하는 일터’로 기업의 정의를 쉽게 알려주고 공기업, 사기업, 사회적 기업 등 기업의 유형에 대해서 설명한 뒤 왜 공기업은 때로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지에 대해 한단계 더 들어가면서 신문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나 기업의 소유구조에 대한 오해와 변해가는 사회적 인식까지 찬찬히 짚어나간다.이 책은 복지와 윤리적 소비, 바른 먹거리, 외국인 노동자 등에 각각 하나의 장을 할애하고 있다. 다른 경제 책들이 소홀히 여기지만 갈수록 파급력이나 중요성이 커지는 주제들이다. 언뜻 보면 공생이나 윤리 같은 신념의 문제로 보이는 주제들이지만 이것들이 어떻게 실제로 산업이나 국가경제의 작동원리 안에서 그 기능을 하고 선순환을 유도해내는지를 풀어 이야기해준다.각 장이 시작하는 부분에는 주제로 들어가는 만화가 펼쳐져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매일의 일상이 경제활동이지만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려면 시작부터 말이 막히는 부모들이 먼저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