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친구와 노는 맛을 알아?
![00526278501_20150313.JPG 00526278501_20150313.JPG]()
그림 시공주니어 제공
그림 시공주니어 제공 |
세 친구
헬메 하이네 지음, 황윤선 옮김/시공주니어 펴냄(1998)
친구가 소중하다는 이야기쯤이야 아이들도 다 들어봤을 이야기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친구 사귀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서너 살 먹은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해 보면 친구들과 같이 노는 듯 보이지만 대개는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놀이를 하는 데 머문다. 흔히 ‘평행 놀이’라고 부르는 상태로 아직은 서로 주고받거나 힘을 합쳐서 노는 방법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주고받으며 함께하는 놀이에 익숙해지려면 세상에 태어난 지 다섯 해는 지나야 한다.그렇다고 처음부터 잘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놀기 위해서는 끼어드는 기술이 필요하고, 자기 방식이나 욕심을 일부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우격다짐으로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들도 있는데 결과는 분명하다. 다른 아이들이 피하고 싫어한다. 내 것을 포기할 때 내가 더 즐거울 수 있다니! 아이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다.그러나 한번 알게 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친구와 노는 맛이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친구랑 노는 것을 몇 배는 더 좋아한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삐치지만 그래도 또 친구와 놀고 싶어한다. 오래지 않아 엄마보다도 친구를 더 좋아해 엄마를 속상하게 하지만, 친구가 없는 아이들의 엄마는 몇 배는 더 속상하고 힘들다.헬메 하이네의 <세 친구>는 너무나 사이가 좋은 세 친구의 이야기다. 놀랍게도 세 친구는 같은 종의 동물이 아니다. 수탉 프란츠, 생쥐 조니, 돼지 발데마르. 전혀 다른 동물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는 책에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비슷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르더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친구다. (실은 헬메 하이네 자신이 돼지와 생쥐, 닭과 한 집에서 친구처럼 함께 살았다. 닭은 한 마리도 잡아먹지 않았고 돼지를 데리고 모임에 나갔다.)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