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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게임 하다 진짜 말레이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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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아침이면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 아이들을 간신히 재우고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어제부터 시작해서 꼬박 하루 동안 가방을 꾸렸다.

빠뜨린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뭔가를 빠뜨렸을 테지만, 이제는 더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다.
비행기표, 여권, 지갑, 그리고 부재자투표용지, 꼭 필요한 것들만 다시 한 번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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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에 우리가 여행할 도시들을 표시해 봤다.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타만네가라(Taman Negara)-카메론하이랜드(Cameron Hightland)-페낭(Penang)-믈라카(Malaka)-조호바루(Johor Bahru)-싱가폴(Singapore)-(미리, Miri)-물루(Mulu)-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랑카위(Langkawi)-꼬리뻬(Koh Lipe; 태국령)-랑카위(Langkawi)-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총 49일의 일정이다.

말레이 반도 동쪽은 우기라고 해서 서쪽 해안을 따라 일정을 짰다.

동쪽의 쁘렌띠안, 티오만, 르당 섬을 일정에 넣고 싶었는데 우기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섬이 아예 폐쇄된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왜 말레이시아냐고,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들 묻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항공권이 싸기 때문이다.

2월이었나,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에서 얼리버드 프로모션(early bird promotion 조기예약 할인)을 하길래 덥석 예약을 해버렸다.

인천-쿠알라룸프르 왕복 항공편을 1인당 25만 원, 무척 싼 가격으로 끊을 수 있었다. 여행 일정이 49일이 된 것도 예약할 때 할인 티켓이 남아 있는 날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출국 날이 대통령 선거 부재자투표를 시작하는 날이고, 더욱 다행인 것은 새벽 여섯 시부터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어, 투표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데는 항공권이 싸서, 라는 것 말고 다른 특별한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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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days in Malaysia 보드게임!

말레이시아 관광청에서 관광지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보드게임이다.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수만큼 말을 움직여 목적지까지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데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Attraction에서 카드를 뒤집어 카드에 소개된 도시로 이동하면서 여섯 개의 토큰을 모으고, Chance에서 카드를 뒤집어 음식과 기념품 토큰을 두 개씩 모아야 한다.
아루가 네 살이었을 때, 마침 해람이 낳고 마음대로 밖을 나다니지 못할 때 한참 재미있게 놀았다.

처음에는 게임 방법을 설명하기 어려워서 게임판에서 Attraction 카드에 소개된 도시를 찾아보는 간단한 놀이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도와주지 않고도 아루 스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랑카위, 타만 네가라... 토큰 없음!
여러 번 하다 보니 아이가 영어를 몰라도 Attraction 카드에 소개된 도시이름과 그 도시로 이동하면 토큰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외워버렸고 다음 순서에 유리한 위치를 따져서 스스로 말을 움직이게 되어 점차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 되었다.

말레이시아 보드 게임 하자!

이 게임을 하려면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아이들은 레고 정리함으로 달려간다. 카드와 토큰을 정리해 놓는 진열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랐던 초보 엄마가 아이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쳐서 같이 놀았다면 초보 아빠는 아이를 핑계로 자기가 어릴 때 맘껏 할 수 없었던 레고를 실컷 가지고 놀았다.
좌린이 레고로 말레이시아 보드 게임의 카드, 토큰 진열대를 만들어 주곤 했다.

카드와 토큰을 종류별로 정리해 놓았다가 게임을 하면서 뒤집은 카드는 바로 옆에 끼워 놓고 토큰은 터널 미끄럼틀로 내려보내,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레고 차로 실어 나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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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나르는 게 재미있어서 게임은 뒷전으로 밀릴 때도 많았다.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재미있게! 아이디어는 자꾸 샘 솟았고 레고말고 다른 블록으로도 여러 가지 모양의 진열대를 만들었다. 요즘은 귀찮아서 이렇게 섬세한 기능의 진열대를 만들지는 않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 간단하게라도 카드와 토큰 놓는 곳을 만드는 것은 여전하다.
나도 말레이시아는 가본 적이 없어서 게임 카드의 여행지 소개를 읽는 것이 신선하고 즐거웠다. 여행에 대한 그리움도 달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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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 다 같이 말레이시아 여행을 가면 좋겠다.
Attraction 카드의 도시들을 가 보고 Chance 카드에 소개된 음식들을 먹어 보자!
해람이도 자라, 네 식구가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바람이 생겨났고 함께 여행하는 꿈을 꾸었다.

‘세계는 민혜의 놀이터’
십 년 전, 남미에서 만난 민혜네 가족은 멕시코에서 브라질까지, 여섯 달 동안 남미를 여행하며 가는 곳마다 이렇게 쓴 스티커 명함을 붙이고 다녔다.
세계가, 전 지구가 아이의 놀이터라니, 얼마나 통크고 멋진 생각인가!
이과수 폭포에서 나비를 쫓아 나폴나폴 뛰어다니던 일곱 살, 민혜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면 꼭 아이와 여행을 다니리라, 이것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내 마음속에 각인된 꿈이었다.
지금 아루도 일곱 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마지막 방학에 국어,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대신, 제 가방 스스로 꾸려 길을 떠난다.
그래, 우리가 가는 곳 어디나 놀이터라 생각하고 놀아라, 실컷 놀아라.

마음껏 웃고 떠들고 온몸으로 느껴보자.
아루와 해람, 두 아이와 보고 겪을 일들이, 나눌 이야기들이 몹시 기대된다.

그럼 슬슬 떠나볼까?
우리는 말레이시아 보드 게임의 시작점에 서 있다.
쌍둥이 빌딩, 푸트라 모스크, 물루 케이브....
게임 속 그곳을 진짜 가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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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린과 비니, 두 어른이 아루, 해람 두 아이와 함께 한 말레이시아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지난 겨울, 2012년 12월 13일부터 2013년 1월 31일까지, 7주동안 말레이시아와 그 주변 11개 도시를 여행했습니다.
이슬람, 힌두, 중국 등 아시아의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열대우림의 자연을 만나고
하늘, 바다, 모래 해변이 전부인 단순한 풍경속에서 무위의 시간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숙소는 주로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고 달리는 버스와 기차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하루에 10킬로미터 이상 걷는 강행군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행중에 여섯살, 여덟살이 된 두 아이들에겐 다소 힘겨웠을 테지만
네 식구 함께하는 여행길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 보고 겪은 일,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베이비트리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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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이슬람 예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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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타만 네가라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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