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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에 빠진 두꺼비 구하러 순찰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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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순찰대’ 어린이 대원들이 14일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 폐기물처리장 예정지 도로변에서 구조한 두꺼비 한 쌍을 산란지로 내려가는 언덕 위에 놓아주고 있다.

우리는 두꺼비순찰대

“등에 업힌 작은 두꺼비가 수컷이래.” “암컷이 저 위에서 여기까지 수컷을 업고 온 거야?” “와, 암컷이 정말 힘들겠다.”

지난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연제리 오송생명과학단지 폐기물처리장 예정지 북쪽 도로변. 작은 양동이를 둘러싼 어린이들이 양동이 속을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양동이 안에는 두꺼비 한 쌍이 상대를 업고 업힌 채 불안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올려다보고 있다. 봄을 맞아 알을 낳으려고 인근 숲에서 폐기물처리장 예정지로 이동하던 중 도로변 콘크리트 배수로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다 막 구조된 두꺼비들이다.

과거 논이던 1만평가량의 폐기물처리장 예정지는 방치돼 물이 고여 금개구리,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까지 서식하는 습지가 됐다. 어린이들이 습지 옆 언덕 위에 놓아주자 두꺼비 암컷은 잠시 어리둥절한 듯하더니 곧 물웅덩이가 있는 아래쪽으로 엉금엉금 기어 내려간다.

서식·산란지 오가는 두꺼비들에겐 도로 위 차량과 도로변 수로가 천적 

청주지역 환경단체·학생·시민 참여…위험 빠진 두꺼비 돕는 순찰 6년째

충청 최대산란지는 폐기물처리장 터…“생태공원 지정 근본 보호대책 필요”

13일 오송생명과학단지 도로변 수로에 빠진 두꺼비들이 수로 안 철망을 기어오르고 있다.
폐기물처리장 예정지 북쪽 숲에서 겨울잠을 잔 두꺼비들은 2월 말부터 3월 사이에 폐기물처리시설 예정지로 내려와 알을 낳고 올라간다. 어미들이 떠나고 40일에서 두 달쯤 지나면 올챙이에서 변태를 마친 새끼 두꺼비 떼가 숲을 향해 대이동을 시작한다. 이렇게 이동하는 두꺼비들한테 숲과 습지 사이를 갈라놓은 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어떤 포식자보다 무서운 ‘천적’이다. 도로에 나란히 나 있는 너비와 깊이가 각각 50㎝가 넘는 콘크리트 배수로는 다 큰 두꺼비들에게도 한번 빠지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감옥이 된다.

이런 두꺼비들을 위해 두꺼비 보호운동 모임인 두꺼비친구들과 생태교육연구소 터를 비롯한 충북 청주지역 환경단체들은 2010년부터 해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일에 맞춰 ‘두꺼비순찰대’를 꾸려 활동해왔다.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인터넷으로 신청을 한 시민·학생들로 구성되는 순찰대의 임무는 두꺼비가 활발히 이동하는 시기에 매일 한두 차례 양동이를 들고 서식지와 산란지 사이 도로를 돌며 수로에 갇히거나 위험하게 도로를 건너는 두꺼비들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는 일이다.

14일 오전 오송생명과학단지 폐기물처리장 예정지 북쪽 도로 가에 연두색 조끼를 걸친 20여명이 모였다. 두꺼비순찰대에 자원한 학생·시민들이다. 순찰대원들은 “산란하러 이동하는 두꺼비는 6000~7000개의 알을 품고 있어서 두꺼비 한 마리를 구하면 두꺼비 새끼 6000~7000마리를 구하는 셈”이라는 김길우 두꺼비친구들 활동가의 설명을 들은 뒤 임무 수행에 나섰다.

이날 오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두꺼비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순찰대원들이 이날 오전 한 시간 남짓 활동하며 구조한 두꺼비는 모두 4마리. 두꺼비친구들 박완희 사무처장은 “오전 기온이 예상보다 쌀쌀해 숲에서 내려온 두꺼비들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날씨가 따뜻했던 하루 전날 오후 박 사무처장을 비롯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곳에서 수로에 갇힌 두꺼비를 90여마리나 발견해 구조했다.

‘두꺼비친구들’ 활동가들이 13일 오송생명과학단지 도로변 수로에서 두꺼비들을 구조해 안전한 곳에 풀어놓고 있다.
자기 손으로 두꺼비들을 구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한 어린 순찰대원들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오빠와 함께 이날 순찰대원으로 참여한 사수현(10·샛별초 4) 어린이는 “두꺼비를 많이 구해주지 못했지만 수로에 빠진 두꺼비가 많지 않아 다행인 것 같아요. 다음에 또 와서 구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오송생명과학단지 폐기물처리장 예정지는 지난해 봄부터 두꺼비들이 대거 몰려들어 충청권 최대 두꺼비 산란지로 떠올랐다. 도로변에서 만난 주민 남혁우(67·오송읍 공북리)씨는 “산불 감시 일을 하며 봄마다 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예전엔 보기 드물던 두꺼비가 지난해 봄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두꺼비순찰대는 지난해 산란기 이곳에서 260여마리의 두꺼비를 구조했다. 올해는 더 많아졌다. 2월 말부터 지난 22일까지 구조한 개체수는 440여마리에 이른다.

두꺼비 보호 활동을 벌여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곳으로 두꺼비가 많이 몰리는 이유를 인근 전원주택단지 개발에 따른 것으로 의심한다. 두꺼비생태공원 신경아 사무국장은 “전원주택단지 조성으로 도로 뒤 숲이 파헤쳐지자 그쪽으로 이동하던 두꺼비들까지 모두 이쪽으로 몰려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봄에 오송생명과학단지 폐기물처리장 근처에서 구조된 두꺼비 440여마리는 청주 지역 환경단체들이 보호 활동을 펴는 산남동 원흥이방죽 인근의 두꺼비생태공원, 용암동의 낙가동 소류지 등 나머지 산란지 6곳에서 발견된 개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숫자다.

박완희 사무처장은 “2012년 150여마리까지 관찰된 낙가동 소류지의 두꺼비 성체 개체수가 2013년 100여마리, 지난해 70여마리, 올해는 60여마리로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충청 지역의 두꺼비 개체수가 줄고 있어 충청권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오송생명과학단지 폐기물처리장 습지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두꺼비들이 숲과 습지를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도로 밑으로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근본적으로는 폐기물처리장 예정지를 생태공원화해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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