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강남의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가 연 ‘내적 여정 에니어그램 기본1과정’에서 박정자 소장이 강의하고 있다. |
[함께하는 교육] 부모 성격이 자녀를 좌우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 성격 유형 파악에 열심이다. 성격 유형을 알아낸 뒤 자녀 학습·진로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정작 부모 자신은 자기 성격을 모른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 부모와 자녀 성격이 안 맞으면 엄마, 아빠가 아무리 노력해도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부모인 내 성격에도 얼마든지단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에도
자신감이 생긴다2~3년 전 한국에는 ‘타이거맘’ 바람이 불었다.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가 딸들을 일방적 지시와 통제로 키워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대치동 맘’ 방식이 미국에서도 통한다니 ‘이제 교육 분야에도 한류’라는 말까지 나왔다.그러나 한국인들이 한 가지 놓친 게 있다. 추아 교수 방식이 첫째 딸 소피아에게는 성공했지만 둘째 딸 룰루한테는 실패했다는 점이다.러시아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모스크바 크레믈 광장 한복판에서 룰루가 “엄마가 싫어! 바이올린도 싫고 다 싫어! 엄마는 최악이고 이기적이고 날 위해서 한다는 핑계로 엄마를 위해 다 하는 거 아냐?”라고 절규했다. 이 사건 뒤 추아 교수는 아이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스스로 밝힌 적도 있다.추아 교수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첫째 딸 성공 방식을 고집했다가 둘째 딸한테는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상담심리사인 이남호 대한성공회 살림터 소장은 “추아 교수 사례는 자녀에 대한 배려 없이 부모가 자신의 성격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경우”라며 “요즘 부모들은 자녀 성격 유형 파악에는 열심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성격 파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실제 2012년 뇌교육기관 ‘브레인월드’가 0~19살 자녀를 둔 부모 1774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 양육 때 가장 고민되는 게 ‘자녀 성격’이라는 응답이 43%나 됐다. 한데 정작 부모 자신의 성격유형이 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다.이남호 소장은 “부모의 성격유형 파악은 ‘나는 모르고, 자녀들은 아는’ 내 성격의 ‘맹점’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자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부모와 자녀의 다름’을 ‘자녀는 틀림’으로 몰아세우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헬리콥터맘이 될 수도 있었으나…서울 마포구에 사는 고아무개(45)씨는 중2 아들을 둔 엄마다. 지배욕이 강하고 의심이 많으며 ‘자식 사랑’을 내세워 아이들을 통제하기 쉬운 성격유형에 속한다. 자녀와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고 일일이 간섭하는 ’헬리콥터맘’이 되기 쉽다.“하루는 우연히 독일 영화를 본 아들이 거친 억양의 독일어가 좋아졌다며 학교성적과는 상관도 없는 독일어를 배우겠다고 선언하더군요. 말리지 않고 내버려뒀어요. 아들 성격을 잘 알거든요.”아들은 3개월 만에 독일어 공부를 포기했다. 상당수 부모들은 “내 그럴 줄 알았다. 엄마 말 안 듣더니 꼴 좋다”며 핀잔을 주기 쉽다. 그러나 고씨는 달랐다.“나는 아들을 치켜세웠습니다. 인내심 부족하고 충동적이지만 열정적이거든요. 사랑이 지나쳐 집착으로 흐르기 쉬운 내 ‘성격유형’을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약간 무관심했죠.”사춘기 아들과 매끄러운 관계인 그는 “부모인 내 성격에도 얼마든지 단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에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딸 둘을 키우는 아빠인 고아무개(37)씨는 의존형에 속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 딸이 좀 더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선뜻 대안교육을 선택할 수 없었다.고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대학입시를 바라보는 치열한 경쟁 구도와 공격형 문화에서 아이가 뒤처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모의 성격유형이 이렇게 자녀 학습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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