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아내와 양재동 꽃시장에 갔다. 그리고 몇 개의 야생화와 화분을 구입했다. 그리고 옥상 정원에 심었다. 그런데 그 곳은 옥상에 인공적으로 만든 화단이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흙이 부족했다. 그래서 3월 초, 흙을 보충하기로 했다. 먼저, 봄이 되니 단지에 버린 화분과 함께 버린 흙들이 많았는데 영양분이 아직도 많은 듯 보였다. 그래서 그것을 모아서 5개의 쌀 포대에 넣어서 자동차로 이동했다. 그것을 안고 4층 옥상으로 다섯번을 날랐다. 그러자 에너지가 방전되고, 허리가 끊어지는 듯이 아팠다. 아내에게 “옥상 머슴살이가 너무 힘이 들어”라며 힘든 표정을 보이자, “당신도 꽃을 좋아하잖아요”라는 말이 즉시 돌아온다. 마무리 후에 식사를 함께 했다.
3월 중순, 옆 동네에 꽃을 사러갔다. 아니, 화분을 구하러 갔다. 화분 몇 개를 구입한 후에 플라스틱 화분을 얻어가고 싶다고 하니 냉큼 동의하고 안내를 해준다. 이곳에서 10개의 중형 화분을 얻었는데 아내는 추가로 정사각형과 둥근 초대형의 화분 2개를 탐낸다. 그래서 그것도 얻어 왔다. 옥상에서 화분에 흙을 채우니 많이 부족했다. 다시 단지에서 흙을 열심히 모아서 옥상으로 날랐다. 이번에는 8포대로 300kg 정도의 양이었다. 지난 번의 실수를 만회하면서 이번에는 대형 포대에 흙을 넣고 어께에 메고 옥상으로 날랐다. 이젠 척추와 온몸이 힘을 쓰게 되면서 훨씬 힘이 덜 들었다. 하지만 역시 에너지는 고갈되었다. 가져온 흙을 화분에 담으니 남은 흙이 별로 없다. 특히, 초대형 화분은 200kg 정도의 흙이 필요했다. 일을 마치고 아내와 식사를 했다. 3월 말, 마지막으로 흙을 모아서 200키로 정도를 옥상으로 날랐다. 그리고 아내와 식사를 했다. 아내에게 “옥상 별장의 머슴으로 살기가 너무 힘드네. 더구나 밥도 사주고 돈도 주고...”그러나 아내는 피시시 웃는다.
![new.jpg new.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59/359/new.jpg)
아내는 흙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결혼 후, 단독 주택에 몇 년을 사는 동안에도 거의 흙을 만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물론 어린 시절, 흙을 거의 만지지 않고 자란 성장 배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작년 7월, 아내에게 2평짜리 옥상 사무실을 얻어주었는데 그곳에는 6평짜리 인공 정원이 보너스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실, 정원을 보고 반해서 계약을 했다. 그래서 맥문동, 벌개미취, 도라지, 장미, 수국 등 40여 종의 식물을 심었다. 가을이 되니 포도나무는 넝쿨이 되어 멋진 그늘을 만들어주었으며, 코스모스는 한들거리며 정취를 더했다. 하지만 아내는 분갈이를 할 때도 잔소리는 하지만 흙은 만지지 않았다.
그런 아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꽃을 사랑하기 시작했으며 이젠 흙을 만지는 것도 자연스럽게 접한다. 아내와 함께 단지를 걸으면 1층 화단에 꽃을 보고 감탄을 한다. 길을 걷다가 길가에 난 꽃을 보면 또 다시 감탄을 한다. 밤에 잠을 자기 전에 매일 꽃 이야기를 한다. 똥개의 눈에는 뭐만 보이듯이, 아내의 눈에는 꽃만 보인다. 이제는 더 나아가서 예쁜 들꽃이 있으면 캐서 가져온다. 지난 한식 때, 아버지, 아내와 성묘를 다녀왔다. 옥상 화단에 맥문동과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많아서 그곳에 옮겨 심었다. 아내는 산소 주변에 보이는 야생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 흔한 제비꽃과 꽃잔디를 캐와서 옥상에 심었다. 그리고 분갈이는 비가 오기 전날에 했는데, 비비추는 한 군데에 모아서 원형 화분에 심었으며, 해바라기는 중형 화분에 심었고, 토란은 초대형 화분에 심었다. 또한 작년에 수집한 꽈리, 봉선화, 과꽃 등의 씨앗을 작은 모종판에 심었으며 딸이 영국에서 가져온 씨앗도 심었다. 이래저래 아내의 옥상 정원은 수많은 모종과 씨앗을 심은 별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72_!.jpg 72_!.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59/359/72_!.jpg)
아내는 매일 옥상 정원에 출근한다. 물론 자신이 전공인 북아트의 수업준비가 메인이지만, 도착하면 대충 1시간 정도 꽃을 살피면서, 꽃이 예쁘다고 감동하며, 부족한 흙도 채워주고, 물도 주고, 화분의 분갈이도 해주고, 화분의 배치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이젠 흙을 만지는 것을 서슴치 않고 자연스러우며, 벌레를 봐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또한 일주일 전에는 처제가 이곳에서 상추와 치커리와 겨자, 청경채 등을 심었다. 처제는 천안에 살기에 자주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채소를 심을 수 있는 스티로폼 화분 2개를 준비해주었다. 이제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아내와 자주 보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이제 2달 후를 상상해보자. 이제 6월이 되면 장미가 넝쿨이 되어 아치를 그릴 것이며, 흰색의 수국이 피고, 포도 역시 풍성하게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작년에 경북 김천에서 수집한 멋진 꽈리 넝쿨도 아치 형태로 멋진 풍광을 선물할 것이다.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와 과꽃, 토란, 해바라기가 옥상을 풍성하고 운치있는 곳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별로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옥상정원을 열심히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가 되면 올 것이며 놀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아내보다 꽃을 좋아한다. 젊은 시절, 난만 1,000분 이상을 키운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빛이 많다. 그동안 팔순이 넘은 나의 아버지를 20년이 넘게 모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를 위해서 옥상의 머슴살이를 해도 그 빛은 아마 갚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