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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초중고 ‘아침독서’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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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행복한 아침독서’(이사장 한상수) 주도로 2005년 3월부터 본격 시작된 ‘아침독서운동’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아침독서’는 초·중·고교에서 아침 정규수업 시작 전 10~20분 정도를 할애하여 학생들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자는 독서 권장 운동이다. 모두가 함께 매일 좋아하는 책을 독후감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읽는 이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 동안의 독서를 통해 수업 집중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체감하며 읽기 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지지대 역할을 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학교 기준으로 2010년에 55.4%이던 ‘아침독서’ 시행률은 2013년에 69.6%로 꾸준히 상승했다. 우리보다 훨씬 이른 시기인 1988년부터 ‘아침독서’를 시작했던 일본 초·중·고교의 공식 시행률 76%에 비해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학 입시에 쫓기는 고등학교에서의 시행률이 평균 33%에 머물러 낮은 편이지만, 학교 재량으로 하는 활동 중에서 이만큼 정착된 프로그램은 드물다.

‘아침독서’를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대부분이 거의 매일 아침 약 20분 정도의 독서 시간을 편성했다. ‘아침독서’가 학생들의 독서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고, ‘아침독서’를 시행하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그 시행을 희망했다. ‘아침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독서량이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지난해 2학기 때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하는 학교가 늘면서 ‘아침독서’ 시행 학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9시 등교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것처럼, 이 정책은 학생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다만 초·중·고교의 9시 등교가 경기도에 이어 서울, 강원도 등 전국으로 확산될수록 ‘아침독서’ 시간은 소리 소문 없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수업 시간이 부족해진 마당에 정규 수업도 아닌 재량 활동을 굳은 의지로 실행할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9시 등교라는 교육제도 개선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침독서’는 시행 10주년 만에 예상치 못한 폭탄을 맞은 꼴이다.

9시 등교 정책이나 ‘아침독서’는 어느 한쪽이 포기되어도 좋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학생들이 입시 중압감과 스마트폰 이용의 일상화 등으로 인해 학습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도서를 멀리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아침독서’ 시간 말고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없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책에 맛들일 기회를 별도로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우리 공교육의 엄연한 현실이다.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따라서 9시 등교 학교의 경우 수업 시간에 쫓기더라도 ‘수업 시작 전 10분 아침독서’를 유지하도록 학교와 교육청의 배려가 필요하다. 이 일에는 별도의 교육 재정도 필요하지 않다. 학생과 책을 사랑하는 교장 선생님, 교사들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읽고 싶은 책과 만나는 유일한 시간을 어른들이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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