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비룡소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아이들마다 줄거리가 달라지는 책
데이비즈 위즈너 글·그림/비룡소·9000원
글 없는 그림책은 대개 인기가 없다. 이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부모로서도 막막하기 때문이다. 일부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 아이들 역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이어진 그림 속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유아들에겐 아직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의 주된 독자층은 유아이기에, 글 없는 그림책이 부모들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다.하지만 초등학교 3~4학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쯤 되면 자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추리소설이나 탐정 이야기같이 플롯 뒤에 숨겨진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림책에 해설하는 글이 없다고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작가가 되어 자기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기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림책이란 두께의 제한이 있다. 한 장 한 장이 오랜 시간을 들여 그려내는 그림이기에 페이지가 많을 수 없다. 그런 제한을 뛰어넘어 긴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글이 없는 편이 유리하다. 그림과 그림 사이에 존재할 수많은 이야기는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은 그의 그림책 대부분이 그렇듯 글 없는 그림책이다. 아니 글이 아주 없지는 않다. 마치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화요일 저녁 8시쯤’과 같이 시간을 나타내는 문구가 네 차례 나온다. 그림은 사물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그린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런 기법은 역설적으로 이 책의 분위기를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고 있다.화요일 저녁 8시, 연못의 개구리들이 연잎을 타고 도시를 비행하기 시작한다. 지붕 위 하늘을 날던 비행기는 집 안을 침입해 꾸벅꾸벅 조는 할머니 옆에서 티브이를 보기도 하고, 개를 쫓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어 새벽이 되자 개구리들을 태우고 날던 연잎은 땅에 떨어지고, 개구리는 펄쩍펄쩍 뛰어 다시 연못으로 돌아온다. 도시의 거리에는 연잎만이 지난밤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 저녁, 이번에는 돼지들이 공중으로 떠오른다.아이들에게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라고 하면 무척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무엇인지, 결론은 어떻게 이어가는지 아이들마다 차이가 크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아이들 각자의 관심과 내면 심리를 반영하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자기 마음속의 많은 부분을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 속에서 드러내기에 섬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추임새를 잘 맞춰준다면 아이들은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탐정이 나온다. 도로에 떨어진 연잎을 보며 어젯밤 벌어진 일을 찾아내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탐정이 되어 보자고 한다. 글이 하나도 없이 그림만 있는 이 책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탐정이 된 듯 이 책을 앞뒤로 몇 번씩 들추고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참! 왜 이 책의 제목은 하필 ‘화요일’일까? 위즈너는 다른 글에서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있다면 요일 중 화요일의 발음이 제일 그럴 듯해서! 하지만 그 이유를 굳이 위즈너에게 물을 필요는 없다. 그 역시 독자인 아이들이 정하면 그만이니까.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