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의 기획전 ‘풍납토성, 건국의 기틀을 다지다’
한성백제박물관 기획전
대형 독·진흙 숟가락·쇠삽날 등
성 내부 미공개 생활 유물 전시
대형 독·진흙 숟가락·쇠삽날 등
성 내부 미공개 생활 유물 전시
서울 풍납동 풍납토성(사적 11호)은 이제 우리 곁에 뚜렷한 역사적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바로 옆 몽촌토성과 더불어 오늘날 서울에 도읍했던 초기 백제시대(기원전18년~기원후 475년)의 왕성터로 유력한 이곳은 90년대 중반 이래 격변을 겪었다. 성터 안에서 주택공사 도중 대규모 건물터와 토기, 동전, 뼈 등의 유물들이 쏟아져 백제사의 보고로 각광받게 됐지만, 2000년 재개발 지연에 반발한 주민들의 유적 파괴 사건이 일어나면서 상처를 입었다.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의 기획전 ‘풍납토성, 건국의 기틀을 다지다’는 이런 현실과 안쓰럽게 교차하는 풍납토성의 생동하는 과거를 체험하는 자리다. 토성의 역사적 내력과 더불어 2000년대 이래 발굴 과정에서 대거 쏟아져나온 낯선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전시는 풍납토성이 원래 마을 경계를 나타내는 큰 도랑(환호)를 메운 터에 4~5세기 높이 10m 넘는 흙성벽을 여러차례 겹쳐 쌓으면서 성립했다는 전제를 안고 출발한다. 견고한 판축 등 백제 토목기술의 결정체로 꼽히는 성벽의 건설 과정과 성 내부 유적의 공개되지 않았던 생활 유물들에는 토성 안 백제인들의 간단치 않은 삶들이 녹아 있다. 먹거리였던 서해산 피뿔고둥, 곡식을 수북이 담았던 대형 독(사진), 가마에서 기와를 구울 때 바람을 넣는 송풍관, 유(U)자형 쇠삽날, 흘러내린 유약 흔적이 또렷한 중국풍 시유항아리, 진흙으로 만든 숟가락 등이 시공을 초월한 인간적 교감을 전해준다. 31일까지. (02)2152-580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위 내용은 인터넷한겨레 2015년 5월 24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