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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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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조선 선비도 분바르고 꽃 꽂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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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림 제공
그림 보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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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옷
홍나영 글, 이장미 그림/보림·1만6000원

음식, 거리, 자전거 등 보통 사람들의 일상 변천사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작은 역사’ 시리즈의 마지막권 ‘말하는 옷’이 나왔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책이 다루는 건 복식사다. 돌바늘로 털가죽을 꿰어 걸치기 시작한 선사시대부터 패션이 세계적 산업이 된 오늘날까지 스물한개의 주제를 잡아 다뤘다.

왜 제목이 ‘말하는 옷’일까. 추위나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기도 하지만 역사 이래로 옷은 신분이나 직업, 종교 등을 보여주는 소통의 수단이었고 부의 과시나 취향을 드러내며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시대별 의복 변천사뿐 아니라 기후 같은 자연조건과 지역별 문화적인 차이가 어떻게 만나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다. 통일신라 때 지금 말로 표현하면 ‘하이 웨이스트’ 스타일로 저고리 위에 치마를 올려입고 숄을 걸치는 게 유행이었는데 이는 중국과 발해, 일본에서도 유행하던 차림이었다고 한다. 또 고증을 했다는 사극 드라마에서도 여자는 치마만 입는 것으로 봐온 것과 달리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목문화권에 속하던 고구려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바지저고리가 기본이었다는 사실도 다양한 바지차림의 그림을 통해 보니 새롭다.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꾸밈 문화도 보여주는데 근엄하기만 한 줄 알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이 잔치에 갈때 머리에 꽃을 꽂고 귀걸이도 했으며 무려 얼굴에 분까지 발랐다는 ‘멋부림’은 어떤가. 시리즈 전작들이 그랬듯 시각 자료들과 어우러진 삽화의 완성도도 매우 뛰어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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