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잠깐독서
어디로 갔을까?
권재원 지음/지식프레임·1만5000원3년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피사) 결과를 발표한다. 만 15살의 읽기, 수학, 과학 부문의 능력을 평가·계량화한 자료다.언론에서는 한국의 부문별 점수와 순위를 보도한다. 2000년에 시작해 10년 이상 자료가 축적되었으며, 2012년 보고서가 300쪽짜리 6권에 이르는 등 그 내용과 분량이 만만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수박겉핥기 수준이다. 지은이는 피사 보고서를 종횡으로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한국이 상위권에 속하지만 지식사회를 선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보고서의 핵심은 평균치나 순위가 아니라 1~5등급으로 분류된 성취도 분포. 읽기를 예로 들면, 한국은 지식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3등급 이상이 76%로 핀란드에 이어 2위다. 하지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5등급은 6%에 불과하다. 18%인 핀란드의 3분의 1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공부에 들이는 시간은 가장 길다. 하지만 점수를 학습시간으로 나눈 학습효율화 지수는 오이시디 평균에도 못미치는 24위다. 더 큰 문제는 성인. 25살 이상 읽기 수준은 오이시디 국가 중 딱 중간이다. 55살 이상은 최하위권으로 자기에 대한 글을 읽고도 그게 자기 이야긴 줄 모르는 수준이다. ‘졸업하면 공부 끝’ 사회의 증상이다.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