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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학군보다 자연과 대화를 선물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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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그야말로 ‘복잡한 삶’을 살다가 경기도 파주로 이사해 ‘단순한 삶’을 살고 있는 신동섭씨네 가족. 신씨는 서울과 멀지 않은 친환경적인 공간에서 아이들한테 생태감수성 등을 일깨우며 살고 있다.

출퇴근 시간 줄이고, 자연과 가까운 지역으로 
생활비 거품 빼 홑벌이로 살면 아이와 친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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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섭씨는 ‘전업 아빠 육아기’인 <아빠가 되었습니다>를 통해 ‘단순한 삶’에 대한 생각들과 육아 경험 등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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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캠벨씨는 얼마 전, <벌집혁명-100년 후를 내다보는 자녀양육법>을 통해 벌집처럼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을 소개했다.
“엄마, 아빠는 도시에서 통근시간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직장에 다녔다. 야근과 빚은 늘었다. 아이들은 방과후활동에 바빴다. 가족이 모두 모이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쇼핑을 했다. 소비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우리집 얘기?”라고 말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사는 애나 캠벨씨 가정의 사연이다. 애나씨는 이런 삶을 살다가 2005년 ‘허니콤 밸리 팜’이라는 농장으로 이사했다. 양봉가, 립밤 제조가, 대중연설가로 활동하면서 환경 파괴 없이 지속가능한 삶을 전파하고 다닌다. 미국과 호주의 여러 도시와 교외에 살면서 자연을 느낄 만한 곳을 찾다가 가게 된 곳이 지금의 농장이다. 그사이 세 아이는 8살, 10살, 12살로 컸다. 얼마 전엔<벌집혁명-100년 후를 내다보는 자녀양육법>을 통해 한국 부모들에게 ‘벌집스타일’ 양육·교육법을 제안했다. 벌집스타일이란, 사회, 환경, 건강, 경제, 정치 등 아이들을 둘러싼 주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각각의 벌집 같은 조각들을 잘 교합하면서 주변과 연대하고 자립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양육·교육법을 뜻한다. 당장의 시험문제를 잘 맞히는 아이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 놓여도 회복력 있는 건강한 아이로 키우자는 의미다. 지난 4월11일,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애나씨는 “벌집은 놀라운 재료지만 그걸 이루는 각각의 벌집 조각들은 벌집 전체를 유지할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못하다”며 “아이들이 각각의 벌집 조각들을 잘 교합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애나씨네 세 아이는 학습 환경이 좋은 학군에서 좋지 않은 곳으로 거꾸로 이동한 셈이다. 자연 가까운 데로 이사한 이유가 있다. 애나씨는 “아이들이 크면 기후변화, 고령화, 에너지 부족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맞닥뜨릴 텐데 나는 아이한테 내일의 시합, 발표회 준비에 온 시간을 쏟아붓게 하고 살고 있더라”며 “자연 속에서 호기심, 지식, 자질, 필요한 기술 등을 배우고 이런 것들을 잘 연결하는 아이들로 클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동식물이 많은 환경에서 세 아이는 생태감수성이 남다른 아이들로 자란다. 이런 환경에서 부모한테는 더 큰 도전과 공부가 필요하다. 아이들한테 자연이 어떻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지 살펴보게 하고, 스스로 텃밭 가꿀 기회를 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다른 부모들처럼 “방 치울 때 안 됐니?”라고 잔소리도 하지만 “왜 가공식품보단 신선한 날 음식을 먹는 게 좋을까?”를 주제로 이야기도 건넨다.

방과후활동 등을 통해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교육을 받던 아이는 아무 놀거리도 없는 시간을 보내며 징징거릴 수도 있다. 애나씨는 “이런 시간을 견디면 어느 순간, 아이는 스스로 ‘지루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낼 것”이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접하던 소비문화나 대중매체에 대해 나름의 깐깐한 원칙을 세워둘 필요도 커진다. 가족들은 마트에 갈 때 꼭 구입해야 할 목록을 적은 메모지를 갖고 다닌다. 아들이 쓸데없는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엄마는 “이건 메모지에 쓰지 않은 물건”이라고 말한다. 몇 년 동안, 이 말을 반복했지만 이젠 그 횟수가 줄었다. 가능한 선에서 자급자족해볼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애나씨는 “부유하진 않지만 더 즐겁고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하게 됐고, 가족 모두에게 유머감각이 생겼다”고 했다.

“12살 딸은 유머감각, 모험심이 있어요. 용돈벌이를 위해서 우리 농산물 직판장 좌판을 스스로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보다 수완이 좋아요. 10살 아들은 얼마 전 폭풍이 불었을 때 큰 나무에 올라가 위험한 상태에 있는 나뭇가지들을 톱으로 직접 잘라내더군요. 컴퓨터도 좋아하지만 말타기 등도 좋아해요. 건강합니다.”

애나씨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라”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환경 안에서 자연과 공동체를 접하게 하고,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단순하게 사는 법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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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그야말로 ‘복잡한 삶’을 살다가 경기도 파주로 이사해 ‘단순한 삶’을 살고 있는 신동섭씨네 가족. 신씨는 서울과 멀지 않은 친환경적인 공간에서 아이들한테 생태감수성 등을 일깨우며 살고 있다.
빚까지 지면서 아이 교육비를 마련하고, 일등 성적표를 갖고 온 아이한테 “잘했구나!” 칭찬하는 게 부모의 역할? 그렇게 치면 <아빠가 되었습니다>를 쓴 신동섭(40)씨는 대다수 부모들과 조금 다른 노선이다. 신씨 역시 애나씨네 가정처럼 ‘복잡한 삶’에서 ‘단순한 삶’으로 가족 문화를 바꿨다.

“저 나무한테 가볼래!”

지난 4월12일.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안에 있는 낮은 언덕. 신씨의 딸 신은지(7)양이 평소 잘 올라가던 나무를 가리키며 달린다. 동생 신민수(5)군이 누나 뒤를 따른다. 언덕은 엄마 조민희(41)씨가 다니는 사계절출판사 바로 앞에 있다. 평소 남매가 자주 뛰어노는 놀이터다.

‘어린농부학교’ 기획팀 팀장으로 일하는 신동섭씨는 서울 마포에 살다가 결혼 10년째 되던 2011년 경기도 파주로 들어갔다. 딸이 5살, 아들이 3살 되던 해였다. 10여년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바쁘게 살았다. 새벽 1시를 훌쩍 넘기고 귀가하는 ‘저녁 없는 삶’을 살았다. 큰아이가 생기면서부터 삶의 철학이 달라졌다. ‘단순하게 살아보자’였다. 단순하게 살려면 가능하면 홑벌이가 낫겠다 싶었다. 사회생활을 좋아하는 엄마가 직장에 다니고, 육아를 더 잘할 것 같았던 아빠가 아이를 기르기로 했다.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책이 전해준 깨달음도 있었다.

“그전까진 맞벌이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통해 알게 된 게 많습니다. 두 사람이 돈을 버는데 둘 다 바쁘니까 아이한테 신경을 못 쓰죠. 위탁합니다. 씀씀이도 두 배가 돼요. 안 해도 되는 소비를 합니다. 부모가 직업을 갖지 말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역할모델로서 일을 가진 부모상은 중요하죠. 단, 아이가 7살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온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품을 싹 뺀, 단순한 삶을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 신씨네처럼 가능하면 출퇴근 시간이 적게 드는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아니면 집과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옮겨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신씨네 경우, 파주는 아내 직장이 있고 자연도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씨 가정에는 남들 가정엔 없는 교육문화도 생겼다. 아내 조씨가 귀가하면 6시20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놀다가 9시 전에는 반드시 잠든다. 기상은 7시 께. “왜 이렇게 일찍, 많이 자느냐?”고 했더니 신씨는 “밥보다 잠이 더 중요하다는 주의다”라고 했다.

“성장호르몬이 10시 이후에 나오잖아요. 그때 충분히 잘 자야 수면의 질도 높고 회복도 빨라요.” 출퇴근 시간이 줄면서 엄마한테는 자기계발 시간도 주어졌다.

남들은 책 한 줄 더 읽히려고 안달이지만 이 가정은 ‘책을 덜 읽히자’고 말한다. 이미지, 활자 과잉 시대다. 신씨는 책에서 본 내용과 말은 줄줄 외면서 상대방 말은 못 알아듣고 소통하지 못하는 ‘초독서증’, 이미지나 활자 중독 등을 경계했다.

“자기 전에 두 권 정도 읽어줘요. 제가 책 읽는 모습을 곁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딸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억지로 읽으라는 말은 안 해요. 어린아이들한테 책은 부모와 아이 사이의 매개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접경험도 필요하지만 직접 세상을 만나볼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죠. ‘이 앞에 보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큰 그림책이다!.’ 아이들을 자전거 앞 의자에 앉혀놓고 달릴 때 이런 말을 합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느껴지는 바람, 공기 등이 공부죠.”

파주에 들어온 뒤 가족들은 텔레비전 없이 살았다. 꼭 텔레비전이 아니어도 함께 놀거리가 충분했다. 덕분에 소비문화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 얼마 전, 부모님의 권유로 텔레비전을 들여놨지만 두 아이 모두 먼저 리모컨을 들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지 않았던 물건이다. 2주에 한번꼴로 가는 마트에서도 장난감 코너에는 큰 관심이 없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아빠. 저거 사 줘”가 아니라 “아빠. 저거 만들어줘.” 이렇게 말한다. 신씨가 종이로 된 자동차, 나무로 된 테이블, 서랍장 등을 직접 만들어준 이후 아이들은 “아빠. 또 만들어줘” 소리를 자주 한다.

“지인들이 사준 것 외에는 사준 적이 없어요. 장난감도 중독되잖아요. 부모들이 아이랑 함께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일종의 보상으로 장난감을 사주죠. 사실 장난감은 장난감 자체의 쓰임새밖에 없습니다. 물, 흙, 나뭇잎 등은 다양한 쓰임을 보여주는 진짜 장난감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해주죠.”

신씨는 “우리집 문화나 교육 방법 등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삶이 있을 거다”라고 했다. 그리고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 부모가 너무 바쁘게 살거나 온갖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기본적인 보살핌을 충분히 해주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요즘 아빠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돈 버는 사람이 되어 있죠. 근데 관계라는 게 갑자기 만들어보려면 잘 안 됩니다. 저도 장담은 못해요. 그래도 저와 아이들이 어릴 때 맺었던 관계, 나눴던 대화 등을 바탕으로 신뢰가 형성돼 있어서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잘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위기를 겪게 마련인데 지금 만들어둔 자존감, 폭넓은 시야, 창의력 등이 그 위기를 잘 넘기게 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하는 아니, 내성이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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