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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일기쓰기 지도법…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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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학생들이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창구이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일기는 학생들이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창구이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일기 쓰기 지도법
하루 생활 곱씹으며 사색할 시간 주세요

일기쓰기는 오래된 학습법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이다. 일주일에 3편만 써도 1년이면 약 120여편. 일기쓰기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글쓰기 교육이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통로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글쓰기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편이다.

하지만 방학이 다가오면 초등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일기 숙제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할지,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은 어렵고 궁금한 것이 많지만 글쓰기 전문가가 아닌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일기 지도를 하며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해주기는 어렵다. 결국 아이들을 재촉하거나 다그쳐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뭘 써요?’ ‘어떻게 써요?’
일기장 앞에선 누구나 비슷한 고민
과학실험, 미술감상 등 소재 다양
여럿이 쓰는 ‘학급일기’도 있어
일상·생각 등 자연스럽게 정리하도록
차분히 생각할 기회줘야

자투리 시간 활용 복습·성찰 기회 줘

“가장 놀라웠던 건 뜨거운 물 실험이었다. 뜨거운 물에 스티커를 붙여 보니 빨간색과 파란색이 없어지고 주황색과 노란색이 되었다. 더 신기했던 건 스티커를 다시 떼면 원래대로 색이 돌아온다는 점이었다. 재미있는 실험 때문인지 과학시간이 정말 행복했고, 시간도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다.”

서울 명일초등학교 5학년 허다은양의 일기 가운데 일부다. 수업시간에 했던 과학실험을 주제로 쓴 일기다.

<일기, 독서록, 체험학습보고서 쓰기>(경향미디어)의 저자이자 서울 명일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수정 교사는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일기쓰기가 글쓰기의 시작을 도와주는 동시에 복습효과도 주는 좋은 방법”이라 조언한다.

수업일기의 경우 해당 수업시간에 했던 활동에 따라 학생들의 일기 소재가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과학시간 실험 뒤 일기장에 실험일지를 쓰고 관련한 감상을 적어보게 하거나, 토론수업 뒤 토론 과정을 일기장에 정리해보게 하는 것은 논리력이나 글쓰기 능력 모두를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기쓰기를 할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두 개가 ‘선생님, 뭘 써요?’와 ‘선생님, 어떻게 써요?’예요. 저는 재미있는 수업이 끝나면 꼭 그 활동 내용으로 일기쓰기 활동을 하게 해요. 아이들은 즐거웠던 경험을 바로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곧잘 다시 떠올리기 어렵거든요.”

김 교사가 많이 하는 수업 일기활동 가운데 하나가 ‘미술 감상 일기쓰기’다. ‘학급 미술관’을 관람하게 한 뒤 감상문을 일기로 적어 보게 하는 것이다. 학급 미술관이란, 미술시간에 각자의 작품을 완성한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에 작품명과 제작 동기, 설명을 써 붙여 교실에 전시한 것을 말한다. 이때 미술관 관장, 매표소 직원 등 하나씩 자기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미리 만들어 둔 입장권을 교실 앞에서 나눠 준다.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인상 깊었던 작품을 소재로 비교적 쉽게 일기 주제를 잡을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일기쓰기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들도 일기 지도가 어렵기는 학부모와 마찬가지다. 맞벌이 가정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초등학생들이 사교육시장에 참여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어났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도 일기쓰기를 어렵고 힘든 것으로 여기게 하는 주요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의 생활이 학교-집-학원으로 이어져 단조롭고, 예전에 비해 할 일이 많은데다, 학부모들도 바쁜 까닭에 교사들도 일기쓰기 숙제를 어떤 방법으로 제시해줘야 할지 고민이 많다.

글 쓰려면 ‘사색’의 시간 필요해

본격적인 일기쓰기 활동은 초등학교 3학년께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발달단계상 초등학교 1~2학년에게는 문단구성을 해야 하는 글쓰기가 버겁다. 1~2학년 학생들은 체험활동 후 감상을 물어도 ‘좋았다’, ‘재미있었다’ 등 단편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령대의 학생들에게는 함께 대화를 하면서 일기쓰기 활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3학년이 되어 본격적으로 일기쓰기를 시작할 때, 일기쓰기의 기본형식을 먼저 제시해주면 좀더 쉽게 글쓰기에 입문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생활일기의 경우 ‘주제-주제를 택하게 된 동기-일이 일어난 순서-중간중간 느낀 점-감상’ 정도의 틀을 일러주는 것이 좋다”며, “어느 정도 틀에 익숙해지면 아이들이 자신들이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일기를 쓰기 시작해요. 처음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일기 지도를 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글쓰기 활동 전 아이들의 ‘사색시간’을 보장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이 당장 글을 써내려가지 않아도 학부모와 교사들은 답답해하지 말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너무 어려워하는 경우 주제에 대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시작해 아이의 사고를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다. 김 교사는 “일기를 지도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글쓰기에는 어른들의 관심과 격려가 꼭 필요합니다. 저는 교사와 학부모가 모두 아이들의 일기에 댓글을 달아 주도록 지도하는데, 부모님들께 ‘댓글을 다실 때 잔소리나 꾸중을 절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른들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봅니다만, 반면 자신의 장점을 보지 못할 때가 많죠. 아이들은 하루의 일을 장기적으로 기억하기 어려운데요, 만약 주제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시간표를 보고 각 과목 별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주제잡기를 도와줄 수 있어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자기 표현능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요. 일기를 통해 선생님과 교감하면서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아가는 아이들을 많이 봐요.”

김 교사는 일기장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한다. 친구 관계 등 학교생활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많이 보이던 이아무개군은 1년간의 일기쓰기 활동으로 눈에 띄게 변했다. 김 교사는 이군의 내면이 담긴 일기에 격려의 댓글을 매번 달아줬다. 댓글은 이군이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쌓도록 도와줬다.

“가정 환경 탓에 어른들과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던 아이였어요. 일기장을 통해 아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봤고, 학년말 감사 인사도 일기장을 통해 받았습니다. 수줍어하는 아이들이 글로 고마움을 표현할 때 가장 보람차죠.”

교사·학생·학부모 함께 쓰는 학급일기

전남 순천 별량초등학교의 이장규 교사는 2006년부터 학생들과 ‘학급일기’를 쓰고 있다. 학급일기는 학급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담임교사와 학생 가운데 한 명이 커다란 대학노트에 매일 돌아가며 작성하는 ‘학급 교환일기’다. ‘초등생 일기 검사는 사생활 침해’라며 2005년 국가인권위가 교육부에 개선의견을 내 논란이 있었던 뒤로, 이 교사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글쓰기를 접했으면 하는 생각에 이런 묘책을 냈다.

학생들은 일기 당번이 될 경우, 일정 장소에 있는 일기장을 들고 집에서 그날의 일기를 작성한다. 때로는 학부모들도 이 학급일기의 필진으로 참가한다. 1번 주자는 늘 이 교사다. 이 교사가 그날 학급에서 있었던 일을 놓고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며 일기를 쓰고, 전날 밤 일기를 다 쓴 학생은 교실 뒤편에 일기장을 놓는다.

학급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을 소재로 쓰는 학급일기는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의 소통을 돕는 창구가 되고, 학급에서 있었던 일이 담긴 ‘사료’가 되기도 한다. 이 교사는 학급일기가 ‘교사-학생-학부모를 잇는 징검다리’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5학년만 되어도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모님과 잘 공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누구와 친한지 등을 궁금해하죠. 학급일기는 자연스럽게 그 틈을 메웁니다.”

일기 당번 학생은 일기장을 통해 같은 경험에 대한 친구들의 다른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일기장에는 서운했거나 고마웠던 감정 등을 모두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아이들은 일기장을 보며 말없는 화해도 하고, 사과도 하지요. 매우 성의없는 일기를 쓰는 아이들도 있지만, 친구들이 쓰는 일기와 자신의 것을 비교하다 보니 저절로 성실하게 일기 쓰는 법을 배워가기도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일기박물관 등 찾아 일기쓰기 즐거움 유도
다양한 일기교육 창구들

세종시에 있는 사랑의 일기 박물관에서 일기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학부모와 참가자들. 벽에 붙어 있는 것이 모두 일기 작품이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 제공
세종시에 있는 사랑의 일기 박물관에서 일기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학부모와 참가자들. 벽에 붙어 있는 것이 모두 일기 작품이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 제공
일기쓰기의 가장 중요한 점은 ‘스스로,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하 연수원)은 아이가 일기쓰기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돕는 창구 가운데 하나다.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가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이 연수원에는 ‘일기박물관’이 있다.

일기박물관에는 전쟁일기, 대통령 일기, 학생들의 일기 등 다양한 종류의 일기가 전시되어 있다. 복도는 박물관을 방문한 학생들의 우수 일기 작품들로 뒤덮였다.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1일 체험 ‘일기야 놀자’는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축구선수 박지성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유명인들의 일기쓰기 사례를 통해 일기의 중요성을 배우게 한다. 부모 세대가 작성한 일기들을 보며 ‘엄마 아빠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해볼 수도 있다.

연수원에서는 박물관 이외에도 학급을 대상으로 일기 캠프 등을 열어 학생들이 일기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다양한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연수원 누리집(ilgi.dothome.co.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도서관이나 청소년 수련관에서도 다양한 일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천시 남동구의 소래도서관(www.namdonglib.go.kr/srlib)에서는 자녀들과 함께 일기를 쓰는 학부모들을 위한 ‘엄마표 일기쓰기 지도법’ 특강을 오는 8월11일 연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일기쓰기를 지도하던 황순인 강사가 바람직한 글쓰기 교육이나 일기 지도를 할 때 주의할 점 등을 일러준다. 군포시청소년수련관(www.gpdream.or.kr)에서도 오는 25일까지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제가 있는 일기쓰기 특강’ 접수를 하고 있다.

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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