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예방센터 조사…6곳 중 5곳, 8시30분 이전에 시작
“수면 부족, 과체중·학업 부진 등 부작용 낳을 수 있어” 경고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여자중학교 학생들이 9시에 맞춰 등교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미국의 초중등 학교들이 너무 이른 시각에 수업을 시작하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학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보고가 나왔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주간 보고서에서 미국 소아과학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너무 이른 수업 시작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학업 성취에 필요한 수면 시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교육부가 2011~12년 미국 전역의 초·중·고등학교 4만 곳 가까이를 대상으로 학교 시작 시간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6곳 중 5곳이 오전 8시30분 이전에 수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학교들이 수업을 시작하는 평균 시각은 오전 8시3분이었으나, 주마다 편차가 컸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가장 이른 아침인 7시40분(평균시각)에 학교 수업이 시작됐으며, 알래스카주는 가장 늦은 오전 8시33분이었다.지난해 8월 미국소아과학회는 청소년의 수면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중·고교 등교 시간을 오전 8시30분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권고를 담은 첫 정책보고서(지침)를 발표한 바 있다. 학회가 권고한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은 8시간 30분~9시간 30분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에서 학교 수업 시작 시간은 연방 또는 주 정부의 소관이 아니라, 지역 교육구나 개별 학교 차원에서 결정한다.앞서 200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낸 ‘청소년 위험 행동 조사 보고’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들의 3분의 2가 2007년 이래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번 보고서에서 “고등학생들의 수면 부족은 과체중, 음주, 약물 복용, 운동 부족, 우울증, 저조한 학업 성취 같은 여러 건강 위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 자녀들이 좋은 수면 습관을 갖도록 부모들이 도울 수 있다”며 “나이와 휴일에 상관 없이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권고했다.한편,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2학기부터 경기도 교육청이 ‘9시 등교’를 시행한 이래, 올해부터는 서울, 전북, 강원, 충남, 광주 등 전국 대다수의 초중등학교로 ‘9시 등교’가 급속히 확산돼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