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장갑나무
자끄 골드스타인 글·그림, 예빈 옮김
주니어김영사·1만원남들이 ‘외톨이’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다. 짝이 다른 장갑을 끼고 다닌다고 남들이 놀리지만, 참신하다면서 혼자 좋아한다. 아이한테는 무엇보다 ‘베르톨트’라고 이름을 붙인 나무가 있다. 500살쯤 된 떡갈나무인데, 아이는 나무에 올라 세상을 내려보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 나무는 아이가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고, 거기서 새와 벌레 등 많은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아이는 베르톨트가 푸른 잎사귀로 뒤덮이는 봄을 기다린다. 그런데 봄이 왔지만 나무에는 변화가 없다. 너무 많은 나이 탓에 죽음에 이른 것이다. 아이는 처음으로 죽음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그리고 베르톨트에게 무엇을 해 줘야 할지 고민한다. 맞아! 장갑이 있었어. 아이는 주인 잃은 장갑과 빨래집게를 온 동네에서 긁어모아 나무에 오른다.그림책은 떡갈나무에 올라 혼자 있기를좋아하는 소년이 나무를 통해 사랑과 죽음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소중한 존재와 이별하는 건 슬프지만,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죽음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지은이는 떡갈나무의 죽음을 통해 살아있는 자연에 감사하고, 죽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얘기를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은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장면이 많고, 어른들도 함께 읽으며 음미할 수 있겠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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