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 기적의 도서관 마연정 관장
[짬] 도봉 기적의 도서관 마연정 관장
아이들 수면실·수유실도“중남미 파나마대 자료실 경험
도서관 운영에 큰 도움돼”“우리나라 도서관 환경 개선되고
사서들 대우와 인식도 나아지길”“편안하게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걸 기준으로 잡는다면, 이 도서관 수용능력은 100~150명 정도죠. 그런데 지금은 구경 삼아 오시는 분들까지 포함해 하루 200~300명이나 돼요. 아파트 모델하우스 보는 것 같다는 얘기들도 해요.” 마 관장은 개관 초기라 그럴 거라며, 조만간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보통사람들이 살아온, 네모로 정형화된 구조의 딱딱한 생활환경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다채로운 공간 덕”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단체나 출판사 등이 후원하거나 협력·지원하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기획전들도 열린다.장서는 1만4천여권. “어린이 도서들이 전체의 90%, 청소년·성인 도서가 10% 정도를 차지해요.” 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구입해서 보완해갈 예정이다. 월~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화요일은 휴관한다.마 관장은 도봉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이 도서관 짓는 걸 보고, 나도 나중에 저기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2000년에 도서관학과(당시 명칭은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가 13년 만에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그 기간의 절반 이상을 인근 도봉1동의 조그마한 어린이도서관 관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하는 해외 파견 근무 등 도서관 일 실체험을 하며 보냈단다. “2007~2009년 3년간 중남미 파나마에 파견돼 그곳 중심대학인 파나마대학 인문대 자료실 전산화와 리모델링 작업을 했는데, 만족스런 체험이었고,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만만찮은 경쟁을 뚫고 혈혈단신으로 간 20대의 그가 본 그곳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깜짝 놀랐던 게, 그곳 3억~5억쯤 되는 중남미 인구가 같은 언어(스페인어)를 쓰고, 파나마에서 멕시코로, 스페인으로 마치 국내를 다니듯 자유롭게 여행하고 유학을 가고 일을 하는 상상도 못 했던 현실이었습니다. 그 광대한 지역엔 사실상 국경이 없었어요. 그걸 체험하면서, 우리가 너무 고립돼 있었구나, 세계가 이렇게 서로 연결돼 있구나 하는 걸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공모 과정을 거쳐 소원을 이룬 딸 삼형제 집 막내딸인 마 관장은, 모든 걸 혼자 겪고 이겨낸 파나마 파견 경험들이 지금 도서관 운영에도 큰 힘이 돼준다고 했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일반적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어요. 여기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 도서관들의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사서들 대우와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40여억원의 도서관 건립비를 댄 도봉구청이 운영자금 대부분도 대는데, 운영은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도봉구에는 기적의 도서관을 포함해 어린이도서관이 3개나 있다. 마 관장은 비교적 자연환경이 좋고 상대적으로 물가도 싼 도봉구에 은퇴자를 비롯한 노년층 인구 유입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분들이 집안에 갇혀 여생을 쓸쓸하게 보낼 것이 아니라 나와서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신들의 삶을 사회와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도서관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 위 내용은 2015년 8월 23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