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벌겠다고 애를 떼어놓고 일하러 나가노.” 엄마랑 떨어지면 울어대는 아이를 두고 회사에 나오는데 시어머니가 또 그러시네요. 아닌 게 아니라 저도 궁금합니다. 아이를 맡아주는 베이비시터 비용, 가끔 들여다봐주시는 시부모님 용돈까지 일하면서 돈 들 곳이 수두룩합니다. 과연 직장 다니는 게 남는 장사 맞나요?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에 대해 고민이 없어지는 월급 액수가 있을까요?(미아리 쥐꼬리)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고 있으니 화끈하게 회사를 때려치우는 게 나을까요? 저는 퇴사하겠다는 주변 여성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리는 편입니다. 어쨌든 이 시간은 흘러가고 육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날이 오니까요. 또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불확실한가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는 현정씨는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려고 하니 시어머니가 “연봉 1억인 의사도 집에서 애 보더라”고 말하며 눈치를 줬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회사를 다녔는데, 어느 날 아침 남편이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다고 합니다. 시어머님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같이 벌어야 산다”며 태도를 바꿨지요. 현정씨는 잘 버텨온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얘기하더군요.
님!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일단 어떻게든 회사를 다니세요. 일을 할 때 월급도 따져봐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님의 객관적 판단과 님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엄마도 아이도 불행한데 지옥 같은 회사 생활을 무조건 버티라는 것은 아닙니다. 펀드 애널리스트였던 은유(가명)씨의 예를 볼까요? 은유씨는 괜찮은 증권사에 다녔어요. 경력 4년차에 연봉 4천만원을 받았지요. 그러나 은유씨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 직업이 자기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출산 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고민 끝에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봤습니다. 아이가 6살이 됐을 때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구직에 나섰습니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던 은유씨는 무작정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겨우 월급 80만원을 받으면서요. 똑 부러지게 일하는 은유씨에게 한 달 만에 정규직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경력 7년차가 된 은유씨는 400만원을 받지만 증권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즐겁고, 너무 좋으니까요.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지’ 하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자신의 발등을 도끼로 찍고 싶은 심정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겁니다. 그래도 우리는 어떻게든 내 삶을 살아내야 하고, 나와 아이의 행복도 포기할 수 없잖아요. 박카스 한 병이라도 쥐어주며 따뜻하게 한번 안아드리고 싶네요. 브라보, 워킹맘 인생!
*한겨레21 [제1076호] 2015.08.26일자 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