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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교육과정, 초등생에 소프트웨어·한자병기·안전교과 공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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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에 붙어 있는 선행학습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는 초등학생. 박수지 기자
학원가에 붙어 있는 선행학습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는 초등학생. 박수지 기자
2015 교육과정 개정 논란
“온갖 이익집단의 잔칫상”
‘초등교육 연구모임’ 문제 제기
“학생 발달 안중에 없고 부담 키워”

“2015 교육과정 개정은 정치·자본·학문·사교육 권력의 잔칫상이다. 온갖 이해당사자가 숟가락을 얹는 바람에 초등학교에 안전교과, 소프트웨어, 창의융합 교육, 교과서 한자병기가 들어왔다. 어린 학생의 발달을 저해하고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신은희 충북 청주 내덕초 교사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개정 교육과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초등 교사가 바라본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막장극”이라고 짚었다. 학생과 교육을 위한 개정이 아니라 권력 집단의 이해관계를 덧씌운 ‘최악의 초등교육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신 교사는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망라된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의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주최하고 중도·진보 성향의 15개 교육시민단체가 주관했다. 교육부가 9월 총론과 각론을 고시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관한 사회적인 논란과 우려, 반대 목소리가 결집된 자리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은 온갖 이해당사자의 ‘숟가락 얹기’로 인한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 증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교육과정 안에 특정 과목이나 개념이 하나 들어가면 대학 수업 개설, 교육부 프로젝트 수주, 사교육 활성화 등 그에 딸린 일자리와 수입 창출이 가능하다. 초등 교사들 상당수는 2015 교육과정에서 새로 도입되는 과목과 내용들이 이런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고 지적한다. 신 교사는 “정부가 학습 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초등학교에 한자병기, 소프트웨어, 안전생활 등 실질적으로 3개의 교과를 늘려놓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는 2002년부터 한자 교육 활성화를 내세운 한 단체의 ‘건의문’에서 정책화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 이 단체는 한자자격시험을 후원하고 있는데, 교육부의 한자병기 추진이 기정사실화한 뒤 한자자격시험 응시자가 급증하고 한자 사교육이 늘고 있다. 인지적 교육과정에 짓눌린 아이들한테 숨통을 터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신 교사는 “교과서에 한자가 수백개 나오는데 교과목 시간에 가르치기는 힘들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추가로 가르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로 도입된 소프트웨어 교육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을 보면, 초등 5~6학년이 초등 실과에서 연 17시간씩 모두 34시간에 걸쳐 소프트웨어를 배우게 된다. 실과 시간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목공·바느질·요리·성교육·생활관리 등 실생활 과목이 축소되고 컴퓨터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늘어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알고리즘·프로그래밍 같은 어려운 내용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칠 이유가 없고, 가르쳐봐야 효과가 없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은 “사전 연구와 연구시범학교 운영 경험도 부족한데 소프트웨어 교육이 학교에 들어오면, 사교육 시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급조된 ‘안전생활’도 논란이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 1~2학년에 ‘안전생활’ 교과 68시간을 신설할 방침이다. 신 교사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교사와 학생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호도하는 것”이라며 “안전은 별도 교과보다는 현재처럼 교과내용, 체험학습 등과 연계해 가르치고, 체계성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창의융합, 문이과 통합, 인문소양 등 아직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을뿐더러 초등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목표가 교육과정에 ‘난입’했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왔다. 예컨대 이번 개정안에서 1~2학년 <슬기로운 생활>의 교과목표 중 하나는 ‘주변 세계에 창의융합적 사고로 접근하여 탐구하고, 탐구한 결과 및 정보를 처리하며, 탐구의 과정과 결과에 관해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한다’로 돼 있다. 신 교사는 “이것이 진정 초등 1~2학년용이 맞는가?”라고 되물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2015 교육과정 개정 논란 관련 기사]

.“교육부, 교과서 개발할 시간도 없이 새 교육과정 졸속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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