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야 악어야 우리 집에 왜 왔니?〉
잉그리트 슈베르트, 디터 슈베르트 글·그림, 강인경 옮김/베틀북·1만1000원
어릴 적 누군들 이런 적 없으랴. 혼자 자는 방이 문득 무서워질 때. 내 방 안에 누가 있는 건 아닐까? 내 침대 밑에 뭔가 있는 것 같아! 네댓 살쯤 됐을까? 어린 소피가 혼자 자는 방에 누군가 있다.침대 밑에 커다란 그림자, 악어가 숨었다. “악어가 있잖아!” 무서워하는 쪽은? 소피가 아니라 악어! 옷장 위로 후다닥 튀었다. “당장 옷장에서 내려와!” 소피의 말에 악어는 강아지처럼 고분고분. 둘은 훌라후프를 하고 논다. “자면 안 돼! 배고프다”고 팬케이크를 아주 많이 구워 먹고, 팬케이크 굽느라 땀이 삐질삐질 악어 목욕도 하게 하고. 악어는 아슬아슬 모험 얘기를 들려주고. 둘이 한밤중에 잘 먹고 잘 논다. 그러다 악어는 돌아간다. 어디로?독일 태생의 네덜란드 작가 부부가 함께 지은 이 그림책은, 본문이 시작되기 전 앞표지 바로 다음 쪽부터 보아야 한다. 악어는 소피 방에 왜 왔나? 이 장난꾸러기는 친구들을 놀려먹다가 친구들한테 쫓겼다. 엄마 하마 앞에서 새끼 하마 골려주다가. 새끼 타조, 새끼 거북 깜짝 놀래키다가.엄마 아빠와 떨어져 이제 혼자 자기 방에서 잘 나이가 된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두려움, 잠자기 싫어하는 마음을 유머러스한 판타지로 빚은 그림책. 약간 무서워도 씩씩하게 맞설 수 있다는 ‘교훈’마저 스민 책. 덩치 큰 악어의 눈깔이 앙증맞도록 귀엽다. 악어는 어디로? 친구들 곁으로, 훌라후프 들고서. 4~8살.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그림 베틀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