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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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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남 줘버리고 싶은 제 마음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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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키다리 제공
“엄마도 아빠도 아기만 좋아해”
오빠의 상실감 유쾌하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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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드립니다
하마다 게이코 글·그림, 김윤정 옮김
키다리·1만2000원

둘째 아이를 낳고 두 달 정도 지났을 때다. 갑자기 첫째 딸아이가 뒷목이 아프다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아이를 안고 소아과로 달려갔고, 의사는 딸의 목 등을 잘 살폈다. 아이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의사는 “최근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동생이 태어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의사는 “동생이 태어나면 아이들은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어떤 아이들은 오줌을 바지에 계속 싸요. 엄마의 관심을 더 받기 위해서죠.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세요”라고 말했다.

<동생을 드립니다>는 이렇게 갑자기 동생이 생긴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상실감과 질투심을 아이의 처지에서 유머와 잘 버무려 풀어낸다. 형제자매 관계가 하루아침에 돈독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림책을 보면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각종 일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정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책 속 남자 주인공 역시 여자 동생이 생기면서 자신에게 온 변화를 감지한다. 엄마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자신에게 등만 보여 아이는 슬프다. 아이는 “모두들 내게 관심이 없다”며 차라리 동생을 남에게 줘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낸다. 멋진 포스터를 그리고 알림판에 “이상한 애를 드립니다”라고 쓴 포스터를 붙이는 아이의 모습에 어른들은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주인공의 ‘동생 드림 작전’은 과연 성공할까?

주인공 친구들이 동생을 보러 왔지만 쭈글쭈글 못생겼다며 도통 관심이 없다. 아이는 동생을 친구들이 데려가고 싶도록 예쁘게 꾸며주고 장난감을 덤으로 주며 호객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도 안 되자 마지막에는 돌고래처럼 재주를 갖게 하겠다며 공을 갖고 ‘동생 훈련’에 돌입한다. 그런 아이의 마음도 모른 채 엄마나 아빠는 “멋진 오빠”라며 “동생과 잘 놀아준다”고 칭찬해준다.

엄마 아빠의 칭찬에 아이의 마음이 풀린 것일까, 아니면 매일 동생 옆에서 얼굴을 보며 정이 생긴 것일까. 친구들이 동생을 데려가겠다고 하자, 아이는 “안 돼! 못 줘! 내 동생이니까!”라고 말한다. 상실감과 질투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의젓한 오빠’가 된 아이가 사랑스럽다. 동생이 생긴 아이라면 겪게 되는 일을 재밌는 상상력과 결합해 그려내, 아이와 함께 읽으며 실컷 웃을 수 있다. 4살부터.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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