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미라 로베 지음, 이미옥 옮김
궁리·1만3000원“나는 이 섬이 우리의 것이라고 밝히노라.”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소년이 소리친다. 야간 폭격으로 아이들이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게 된 나라 우르비엔은, 아이들을 전쟁으로부터 좀더 안전한 나라인 테라니엔으로 탈출시키기로 한다. 탈출 도중 네 명의 소녀와 일곱 명의 소년을 태운 보트는 우연히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낯선 섬에 표류하게 된다. 아이들은 무인도에 ‘아이들의 섬’(인수푸·insula puerorum)이란 이름을 붙인다.책은 오스트리아 아동문학의 거장 미라 로베의 대표작이다. 첫 출간은 1948년으로 2차대전 때 유대인 아이들이 영국으로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전쟁으로부터의 도피, 무인도에 갇히게 된 어린아이들 등의 소재가 <파리대왕>을 떠올리게 한다. <파리대왕>이 ‘얼큰한 너구리’라면 이 책은 ‘순한 맛’이다. 소년들의 투쟁과 대립을 그린 <파리대왕>과는 달리 아이들이 빈부와 계급에 상관없이 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한 가지는 꼭 알아야 해. 여기에서 아무도 명령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여기에서는 그 누구도 복종할 필요가 없어. 모두는 자유롭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 순진하고 담박한 소년 소녀들의 이 선언은 전쟁의 광기가 휘몰아치던 시기에 쓰였기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