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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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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충식물의 일생에서 보는 자연의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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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해그림 제공

내 이름은 파리지옥
이지유 글, 김이랑 그림
해그림·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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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충식물? 으스스하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한 이름이다. 파리지옥? 파리한테는 지옥이겠지만 관찰자에게는 흥미진진 스펙터클한 광경이 펼쳐질 것 같다. 아주 다른 두 느낌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묘한 식물 파리지옥이 입을 열어 말한다. “여기는 태양시 지구 밀림동 늪지대. 지금부터 우아한 식충식물 파리지옥의 일생을 들어보실까요?”

공주병 걸린 ‘파리지옥’과
수다쟁이 ‘몬스테라’의 대화
유쾌함 끝에 숙연한 깨달음이

과학적 지식을 동화적 캐릭터와 사건에 담아 전달하는 논픽션 책 만들기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일과 비슷할 것이다. <내 이름은 파리지옥>은 정보와 이야기라는 두 토끼를 양손에 들고 의기양양해하는 사냥꾼 같은 책이다. 광합성이란 무엇인지, 잎들은 왜 모두 다르게 생겼는지, 물관과 체관은 무엇인지 같은 기본 사항 사이에 식충식물의 진화 과정이나 곤충 잡는 방식 같은 독특한 사항이 짜여 들어가 있는데, 그 정보의 양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만하다.

이 책에서 정보를 부담 없을 뿐 아니라 재미있게 받아들이게 하는 구실을 맡는 것은 파리지옥과 ‘치즈잎’으로 불리기도 하는 몬스테라 캐릭터이다. 파리지옥은 ‘치료 불가능한 공주병 환자’이고 몬스테라는 잠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는 수다쟁이다. 이 둘이 주고받는 대화는 마치 만담처럼 혹은 판소리처럼 끊이지 않고 흥겹게 전개된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고수의 북장단 소리까지 들릴 듯하다. ‘별똥별 아줌마’라는 별명이 붙은 지은이의 아줌마다운 입담에 표정 풍부한 만화풍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만드는 효과이다.

티격태격 종알종알 이어지는 둘의 수다는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해 주지만, 그 끝에는 자연의 숙연한 섭리에 대한 깨달음도 스며들어 있다. 먹고 먹히면서 이어지는 생명의 고리,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고 겸허하게 죽는 한 존재의 의미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식물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파리지옥이나 몬스테라는 우리 야생초가 아니라 식물원이나 화원에 가야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나 가치가 덜한 것은 아니다. ‘다문화’ 교육은 이런 식으로도 할 수 있겠구나 싶다. 초등 3학년부터.

김서정/작가·중앙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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