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평화를품은책 제공
나치 점령기 아이들 지키려 애썼던
야누시 코르착 박사와 선생들
그 아이들의 마지막 4개월 기록
야누시 코르착 박사와 선생들
그 아이들의 마지막 4개월 기록
아담 야로미르 글, 가브리엘라 치호프스카
그림, 박종대 옮김
평화를품은책·2만2000원어느 ‘아이들의 집’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 정확히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지역, 게토에 있던 고아원 원생들과 선생들의 마지막 나날. 나치 점령하이던 1942년 5~8월, 의사이자 교육학자 야누시 코르착(1878~1942) 박사가 운영하던 고아원 ‘돔 시에로트’에서 있었던 일의 기록이다.코르착의 일기를 바탕 삼은 이 그림책은 “약간 잠꾸러기”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12살 소녀 게니아와 원장 코르착이 번갈아 얘기하는 방식을 취했다. 돔 시에로트, 아이들의 집을 누군가가 감시한다. 나치의 경비병들이다. 게니아의 얘기는 아이들의 불안에서 시작된다. “염소처럼 호기심 많고 날랜” 헬치아는 “저 아래 사람(경비병) 있어” 하며 쿵쾅쿵쾅 뛰고, 조심스런 한나는 “그만해” 하고 헬치아를 야단친다. 나치의 그림자가 점점 고아원을 죄어왔다. 코르착은 아이들 먹을 것을 구하러 게토 밖으로 나서는 것이 일과다. 아이들과 선생들은 고아원을 한발짝도 나서지 못한다.어느 날 에스테르 선생의 제안으로 아이들은 멀고 먼 인도 시인(타고르)의 희곡 <우체국>을 공연하기로 한다. 아픈 소년 아말이 언젠가 왕이 바깥 세상을 보도록 허락하는 편지를 보내리란 희망을 품고 편지를 기다리는 얘기다. 게니아는 꽃 파는 소녀 수다 역을 맡았다. 주인공 아말 역은 아브라샤가 했다. 모두들 열심이었다. ‘그날’이 오기 3주 전, 마침내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아이들은 저마다 춤추고, 연주하고, 말하고, 노래했다. “내 발과 다리, 손과 팔, 머리와 가슴이 저마다 춤을 춘다. 자유롭게, 나를 잊은 채.”(게니아). “(왕의) 전령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내 가슴엔 기쁨이….”(아브라샤)<바르샤바 게토의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장면은 텅 빈 침대들이다. 공연 3주 뒤인 42년 8월6일, 코르착 원장과 교사·직원 10명, 아이들 192명은 열차에 태워졌다. 그 열차가 닿은 곳은 트레블린카 수용소였다. 텅 빈 침대들은 기억할까. 아이들과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던 에스테르 선생을, 아이들이 극중 배역을 실제 자기인 줄 믿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코르착을, 연극 속에서 환희에 빛나던 아브라샤와 게니아를. 코르착은 그만은 살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거부하고 아이들과 열차에 탔다. 쪽마다 슬픔이 꼭꼭 저며진 이 그림책은 평화교육 공간 평품집이 펴내는 평화징검돌 연작의 다섯째 권이다. 초등 1학년부터.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