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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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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진 찍기’ 등 10대의 낯선 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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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며칠 전에 초등 5학년 둘째가 얼굴이 상기된 채 “엄마 궁금한 게 있는데, 금발머리 외국인들은 ‘거기’도 금발색인 거야?”라고 물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분명 궁금할 만한 내용인데, 난 여태까지 그 답을 찾아볼 만큼 길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같다.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마침 큰애가 나오길래 “왠지 오빠는 답을 알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 큰애는 쑥스러워하며 “금발이래”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큰애는 벌써 알고 있는 영역이었다.

“엄마. 언제쯤 집에 와?” 큰애가 초등 4학년 무렵이었는데, 방학 때라도 수시로 나가 있는 엄마가 궁금했는지 간간이 이렇게 전화를 했다. 엄마를 필요로 하는가 싶어 짠하기도 했고, 친밀함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한창 인터넷상의 야한 사진에 빠져서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다. 그렇게 내 예상보다 일찍 사춘기가 시작된 큰애 때문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성공을 어떤 기준으로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이런 질문과 답을 서로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름 선방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큰애는 그 대책 이후에도 철통 같은 방어를 뚫고 나름의 경로로 ‘야사’, ‘야동’을 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요즘 사춘기 아이들의 성의식이나 성가치관, 성문화가 부모세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이성과의 관계에서 스킨십, 성적 행위의 양상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자기 몸의 변화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몸사’(몸을 찍은 사진)에 관심을 기울이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여전히 사진찍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자신의 몸사를 게시하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를 친목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인증샷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이성친구와 교환하기도 한다. 공개된 몸사는 평가하고 평가받는 놀이가 되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자신감의 표현인 것 같지만, 그 이면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사랑과 인정의 결핍을 볼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에게서 온전히 사랑받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 눈을 돌리고 거기서라도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의 평가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연결선이 된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무리지어 장난처럼 성과 관련된 얘기를 쉽게 하면서도 개별적으로는 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상담을 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부분은 여전히 공개하고 나누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얼굴이 안 보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더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몸사의 경우도 얼굴이 나와 있지 않은 신체부위라 자신이 누군지 알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쉽게 전송 버튼을 누르지만, 소셜미디어의 막강한 전파성과 영속성은 사춘기 아이들의 세계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다. 거래와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수치스러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불안정하고 위축된 삶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건 분명하다.

예전에 비해 자녀 성교육에 대한 관심은 많이 커졌지만, 여전히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엄두를 못내는 부모가 많다. 우선, 성에 대한 부모 자신들의 생각을 확인해보는 게 필요하다. 부모가 성에 대해 불편해한다면 아이들은 그걸 알아차리고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숨기고 부모와 공유하는 부분들을 차단할 것이다. 성에 대한 어떤 종류의 관심이든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많이 자랐구나”라는 태도와 말로 아이와 얘기를 시작하면 되겠다. 당연한 관심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해주면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이런 문제들은 동성 부모와 자녀 간에 얘기를 나눌 때 더 동질감을 느끼고 편안하게 수용하게 되는 면도 있다. 우리집 큰애도 아빠와 따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더 돈독한 관계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동성, 이성을 따져 배우자에게 이런 일의 해결을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리고 영 자신이 없다면 지역에 있는 성교육기관에서 부모가 먼저 성교육을 받아볼 수도 있다. 자녀의 경우 개별적인 체험을 받게 할 수도 있다. 우리집의 경우는 관련 책을 많이 구해주고 읽어보게 했는데, 관심이 가득 차 있는 시기여서 그런지 마다하지 않고 조용히 다 읽는 것 같았다. 읽은 내용을 같이 나누면 더 좋다고는 하는데 해보진 못했다. 그냥 가끔씩 진지하게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염려하는 바를 말하기도 한다. 아이가 크면서는 어떨 땐 농담으로, 어떨 땐 정말 궁금해서 “요즘도 볼만한 게 있니?” “너무 하드 코어는 접하지 않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건네곤 한다.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함께 주고받아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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