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술래 헤매는 시간
잠들기전 이불속 까만 밤의 시간
유쾌한 상상력 두 그림책
잠들기전 이불속 까만 밤의 시간
유쾌한 상상력 두 그림책
홍원표 글·그림/웃는돌고래·1만2000원이불여행
김다정 글·그림/브와포레·1만2000원공상, 몽상의 열쇳말은 여행이 아닐까. 발 없는 공상이 여행을 하려면 날개가 필요하다. 상상의 나래다. 한국 그림책에, 나래 펼친 상상력이 거침없이 솟구친다. 나란히 출간된 두 신인 작가의 데뷔작은 그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다.홍원표의 <오잉?>은 숨바꼭질 하다 달까지 여행 간다. 아이, 강아지, 두더지, 셋이서다. 칸만화 방식에 수묵기법으로 편안함을 더한 이 그림책은 술래가 된 아이가 꼭꼭 숨은 친구 찾아 헤매는 시간을 꼭 붙잡았다. 어디 숨었지? 아이는 땅 속 숨어버린 두더지 친구 ‘콕콕이’를 찾아 두더지굴 구멍으로 들어간다. 강아지와 함께 밑으로, 밑으로. 입구 있으면 출구도 있다. 두 머리 빼꼼, “오잉? 여긴 어디지?”“여긴 달이야. 한번 뛰어봐.” 왜 이제 왔냐는 듯 콕콕이가 으스댄다. 몸이 둥실, 폴짝. 두더지굴은 웜홀, 달나라는 트렘폴린 놀이터다. 퐁퐁 뛰어오르던 세 녀석, 자기들만 재밌을 수는 없었겠다. 늘 무릎 아픈 할머니도 모셔오자. 달 구멍에 머리 빼꼼, 할머니도 “오잉?”, 솟구친다 체조선수처럼 폴짝 퐁퐁. 뱃속 아기 있어 몸 무거운 엄마도 폴짝, 발 다친 옆집 고양이도 퐁퐁. 너도 나도 폴짝 둥실 날아오른다.김다정의 <이불여행> 펼침막은 이불이다. 딸깍, 잠자기 전 이불 속 까만 밤의 시간, 세 남매의 도란도란 공상 모험담이다. 졸린데 잠 오지 않는 깜깜한 이불 속. 그 바깥은 더 캄캄한 밤. “누나, 나 화장실!” 셋이 함께 이불 뒤집어 쓰고, 화장실까지 “쓰윽 쓱.” 이불은 텐트가 되고 배가 되고 잠수함도 된다. 화장실 가는 길엔 한기 눅이는 텐트다. 막내는 잠들만 하면 꼭 물 먹고 싶단다. 또 셋이서 이불 쓰고 쓰윽 쓱, 찬기 뿜는 냉장고 앞까지. 이불 속에서 차가운 물 나눠 마시는 시간, 이불은 잠수함이 되어 멋진 북극 바다로 아이들을 데려간다. 판화 기법으로 밑바탕을 긁어 새긴 이 그림책은 누군가의 말처럼 “잠들기 전 긴 시간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만의 이야기”를 펼쳤다.제아무리 거침없는 상상력도 완성도라는 고밀도 ‘결계’를 뚫어야만 진짜 즐거움을 어린이들에게 날라줄 수 있다. 두 그림책이 빛나는 건 제멋만 겨운 기발함에 있지 않다. 잠들기 전 살짝 무서운 어둠, 꼭꼭 숨은 친구 찾아 헤매던 어스름 저녁의 기억. 그 시간을 붙잡는 상상력의 힘이다. 제멋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신감이 즐거움을 퍼뜨린다. 아이들에게 두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이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여행이다, 모험이닷! 오잉? 4살부터.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