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청당초등학교는 수업 중 틈틈이 전교생을 상대로 핸드볼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핸드볼을 하는 모습. 천안 청당초등학교 제공
[스포츠 ON] 천안 청당초등학교
지난달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에스케이(SK)핸드볼경기장에서는 교육부 주최 우수학교 스포츠클럽 핸드볼 결승이 열렸다. 이날 우승팀인 천안 청당초등학교는 응원부터 이미 경기 도원초등학교를 압도하고 있었다. 학부모 4~5명이 전부인 상대팀과 달리 학생·학부모 40여명이 열띤 응원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달궜다. 청당초 학부모들은 1대의 대형버스 외에도 개인 승용차로 뒤늦게 합류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공식 대회도 아닌 이벤트 대회에 이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초등학교 전교생이 같은 종목을 즐기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청당초 학생들은 4년 전부터 하루 1시간씩 핸드볼 공을 만져왔다.4년 전 보급에 나선 이경복 교장이 처음부터 핸드볼과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교장은 “아이들의 활동량이 너무 부족해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운동장이 좁고 강당도 없는 현실에서 많은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종목을 찾다 보니 핸드볼을 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다 보니 아이들이 양말을 말아서 쓰레기통에 슛을 쏘는 등 금방 흥미를 가져 핸드볼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전교생에게 운동을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원 등 일정으로 무척 바쁘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방과후보다는 수업시간 틈틈이 시간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1교시 시작 전에 20분, 2교시 이후 30분, 점심시간 식사 뒤 20분 등 하루 1시간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꼭 핸드볼뿐 아니라 줄넘기·피구 등도 상관이 없었다.또 두달에 한번꼴로 학년별 리그전을 펼쳐 아이들에게 흥미와 승부욕을 자극했다. 리그 경기는 전·후반이 아닌 10분 4쿼터로 나누고 쿼터별 7명의 출전 선수를 달리함으로써 모두가 한번은 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청당초교는 1개 반에 25~30명씩 학년별로 4개 반이 있다.이경복 교장은 “비인기 종목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시켜보니 즐겁게 참여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됐다”며 “학력·인성·체력 면에서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들이 출전 선수가 아님에도 구경왔다는 학부모 김혜숙(40)씨는 “아이들이 활동적이길 바라지만 부모가 놀아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핸드볼을 한 이후 아이들이 모여 스마트폰이 아니라 공을 갖고 노니까 여러모로 건강하다”고 말했다.전교생이 핸드볼을 시작하면서 대외 성적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전문적 훈련은 없었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학년별 100명 가까운 선수가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인천시청을 은퇴한 문필희씨가 재능 기부로 도와주고 있다.애초에는 놀이 중심으로 핸드볼을 보급했으나 그중에서 잘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남녀 각 50~60명이 ‘핸드볼사랑동아리’를 만들었다. 청당초교는 남자팀이 전국대회에서 2014년, 2015년 연속 우승했으며, 충남대회에서는 남녀 동반우승도 거뒀다. 지난해말에는 여학생 체육대회 우수스포츠클럽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성의 핸드볼 지도교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동아리를 중심으로 핸드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방과후에 모여 손발을 맞췄다”며 “아무래도 대회를 앞두고 아이들 스스로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청당초등학교는 앞으로도 엘리트 핸드볼팀을 창단할 계획은 없다. 이성의 지도교사는 “전국적인 성적을 내다 보니 지난해 엘리트 핸드볼팀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로 전했다. 핸드볼 보급 4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중학교 진학 때 핸드볼 엘리트 선수로 진학한 경우는 아직 1명에 불과하다. 이날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이끈 손승범(12)군 역시 “핸드볼을 하면서 협동심이나 배려심이 많아진 것 같다”며 “앞으로 선수가 되고 싶지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열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학부모 20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며 “체육단체 통합을 계기로 핸드볼이 엘리트뿐 아니라 생활체육으로도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