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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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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아루, 여행의 길동무, 인생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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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의 휴식이 편안하고 달콤하여, 물놀이가 재밌어서 이곳을 떠나는 게 아쉬웠다.

간단히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시간을 아껴 체크아웃 시간까지 최대한 놀아보자고 좌린과 내가 번갈아 가방을 쌌고 아이들은 내내 밖에서 놀았다.

탄중 붕아(Tanjung Bunga) 해변.
페낭 섬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바닷가는 아닐 것이다. 사실,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에는 수영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숙박비가 저렴해서 이곳을 골랐다. 바닷가 바로 앞에 수영장이 딸린 호텔이라니, 더 바랄 게 있겠나 싶어서.
조그만 바닷가엔 사람이 많지 않아 한가로웠다. 바다가 깊지 않고 파도도 세지 않아서 아이들 놀기에도 좋고. 해람이는 아직 바다를 두려워해서, 바다보다는 수영장에서 많이 놀았다.
외국인보다 현지인이 많아서 온몸을 가리고 히잡까지 쓰고 수영을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Are you Korean?
까만 히잡을 쓴 여고생이 우리를 힐끔거리며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니 ‘강남 스타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아이들이 엄마! 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았단다. 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한국어와 중국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요즘 말레이시아, 싱가폴에서는 한류가 대세라고, 한국 음악과 드라마가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십 년 전에는 어디서나 우리에게 중국인? 일본인? 이냐고 먼저 물었는데. 우리 말을 알아듣고, 우리를 알아봐 주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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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야, 그만 해! 십분 휴식!!
물놀이의 재미에 흠뻑 빠진 아루는 좀처럼 물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서너 시간을 쉬지 않고 신 나게 놀고 난 결과, 체크아웃하고 호텔에서 빠져나올 때는 지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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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페낭 섬의 중심지 조지타운(George Town)으로 왔다. 페낭은 말레이시아의 제 2의 도시, 우리로 치면 부산 정도 되는 곳이다. 게다가 지금은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를 맞아 놀러 온 사람들까지 더해져 무척 혼잡했다.
조지타운 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려다가 꽉 막힌 도로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그냥 조금 걸어 다니기로. 버스 정류장과 우체국 위치를 알아 두고, 지도와 시내버스 노선표를 구했다. 내친김에 항구까지 가보려 했는데 아이들이 힘들다 하여 중간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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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림이나 도자기, 또는 가구들을 주변에 두는 것처럼 노인들은 곧잘 자기 주위에 조심스럽게 시간들을 쌓아 놓곤 하지....(생각을 모으는 사람, 모니카 페트)
숙소 근처의 레코드 가게.
인도음악으로 보이는 오래된 레코드판, 노인이 꼬박꼬박 졸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림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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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낡은 식민지시대 건축물이 늘어선 조지타운의 모습이야말로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 터널이야, 터널!
1층을 가게로 쓰는 숍하우스의 아치를 통과하며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또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는 터널처럼 느껴졌다. 지붕이 세모난 건물들이 멀리에서 보면 우유곽을 포개놓은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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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대저택이네!
지난밤에 어렵게 구한 숙소가 생각보다 근사해서 깜짝 놀랐다.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Lebuh Chulia 르브출리아 거리에는 빈방이 없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가족 실이 하나 남았다기에 따져보지도 않고 예약을 했는데. 방이 너무 커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싱글 침대 세 개, 이층 침대 하나. 아이들이 몹시 신이 나서, 자기 거라고 침대를 하나씩 찜 하고 너른 방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리나 막상 잘 때는 모두 바닥에서 잤다. 여행 초기에는 아이들이 침대에서 서로 자겠다고 다투곤 했는데 침대에서 몇 번 떨어지더니 바닥에 이불 깔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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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로 앞, 길 건너편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인도식 말레이 음식을 파는 곳이다. 아이들이 빨간 닭고기라며 탄두리 치킨을 골랐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루가 닭다리를 손으로 뜯어 살을 바르더니 해람이에게도 나눠 주었다. 평소에는 뼈 발라 먹기 귀찮다고 살코기만 달라더니.

요즘엔 현지 음식을 아루가 나보다 더 잘 먹는다.

아빠가 해주던 대로 손으로 닭다리를 바르는 아루의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였다.

기대 이상으로 제 몫을 넉넉히 해내는 아루를 보며 또 감동!

아직 어린 줄로만 알았던 일곱 살 아이, 길동무로서 손색이 없구나! 대견해서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제 아침 인터넷 신문을 보고 있는데 아루가 다가와 장난을 걸었다.

기사를 읽다가 심각해져서 아이의 장난을 받아줄 기분이 아니었다. 내 기분이 좋지 않으니 그만 하라고 하는데 멈추지 않기에 짜증을 부렸다. 순간 화가 나서 그랬는데 돌이켜보니 내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하려니까 선뜻 말이 안 떨어져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루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루가 나를 보며 먼저 웃어 주었다. 조금 억울하고, 그리고 민망했을 텐데, 먼저 웃어주는 아이가 참 고마웠다.
사실 미운 일곱 살을 통과하느라, 아루가 요즘 미운 짓을 많이 했다.

말 끝나기가 무섭게 ‘싫어!’를 외치거나, 하지 말라고 하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더 하고, 사소한 일에 고집을 부렸다.

다소 비겁한 방법으로 해람이를 약 올리기도 하고.
아루가 스승이라고 생각해!
언젠가 아루 때문에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데 좌린이 말했다. 화를 누그러뜨리고 마음 다스리는 연습을 시켜주는 스승으로 생각하라고.

그러고 보면 아이들과 지내며 마음이 많이 넓어진 것 같긴 하다. 예전엔 내 입장만 내세우고 나 중심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고 다른 입장도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따지거나 신경질을 부리는 일도 적어졌고. 아이들과의 관계는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선함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정말, 아루가 훌륭한 스승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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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함께 가는 길동무이자 더 큰 가르침으로 나를 이끄는 스승님, 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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