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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하우스콘서트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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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전국 65곳에서 동시에 열린 하우스콘서트 ‘원데이 페스티벌’은 고급 공연장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 행사로 평가받는다.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왼쪽)·미경 남매의 공연 모습.

주말 전국 65곳서 ‘원데이 페스티벌’

장맛비가 지루하게 내리던 12일저녁,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 두 더블베이스가 연주하는 바흐의 <프렐류드 모음곡 제1번>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연주장이 아닌 다목적홀, 그리고 객석이 아닌 무대 바닥에 걸터앉은 관객들은 ‘천재 남매 연주자’로 유명한 성민제(23), 성미경(20)씨가 연주하는 더블베이스의 저음에 빠져들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청소년들은 바로 코앞에서 펼쳐지는 연주가 신기한 듯 휴대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담기에 바빴다. 또 개구쟁이 꼬마들은 신나는 곡이 연주되면 박수로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연주자 문턱 낮추자” 행사 기획
클래식 연주자 등 290여명 참가

더블베이스 남매 성민제·성미경
과천에서 바흐·베토벤·쇼팽 연주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 좋아”

이날 두 연주자는 1시간 동안 무대를 가득 채운 200여명의 관객 앞에서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과 쇼팽의 <녹턴, 작품9>,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을 들려주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관객들이 소리 높여 “앙코르”를 외쳐대자 두 사람은 자신들이 평소 즐겨 연주하는 슈페르거의 <2대의 베이스를 위한 듀오>로 답례했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팬 사인회도 이어졌다.

연주회를 지켜본 과천 시민 안홍욱(50)·이은영(48)씨 부부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을 더블베이스로 들으니 느낌이 신선하고 풍부했다. 또 객석이 아닌 무대에 앉아서 들으니까 음악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시현(12·인덕원초 6)양은 “음악가가 꿈인 사람은 이런 연주를 들으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성민제씨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너무 좋았다. 간혹 아이들이 시끄럽게 했지만 오히려 그게 편했다”고 털어놓았다. 성미경씨도 “관객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잘 들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열린 음악회는 8번째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편안하게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은 ‘무대 마룻바닥 연주회’가 과천을 비롯해 전국 38개 시·군 65개 문예회관 및 대안공간에서 한꺼번에 펼쳐졌다. 2002년 7월12일 음악가 박창수씨의 자택에서 출발해 새로운 ‘공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하우스콘서트’가 이날 저녁 7시30분을 기해 1시간 동안 동시다발로 연주하는 ‘원데이 페스티벌’을 펼친 것. 클래식, 재즈, 국악, 실험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 290여명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참여한 연주회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하우스콘서트가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룻바닥을 울리는 악기 소리의 진동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 또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작은 공간에서 연주자에게는 관객의 호응과 시선을, 관객에게는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와 땀방울 하나까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매력도 있다.

원데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박창수 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연주장의 문턱을 낮추고 기초문화를 다지자는 의미로 행사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밝히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하우스콘서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기초예술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의 www.thc-project.com, (02)576-7061.

과천/글·사진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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