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예산 부족 때의 절차 안내”
경기도가 아직 편성 못한 ‘누리과정’(만 3~5살 무상교육) 보육료 10개월치를 일선 시·군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와 예산 불법 집행 강요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경기도와 성남시의 말을 종합하면, 도는 지난 2일 일선 시·군에 ‘예산편성도 안 돼 있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10개월치에 대해 카드사에 대납 신청을 하라’고 지시했다. 또 공문에서 도는 ‘대납을 요청한 시·군은 이른 시일 안에 추가 예산을 확보해 대납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조처하라’고 밝혔다. 어린이집은 학부모가 매월 15일께 ‘아이행복카드’로 보육비를 결제하면, 그 다음달 20일 이후 해당 카드사에 보육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성남시 등 일선 자치단체들은 “기초자치단체가 아이행복카드 관련 금융회사에 교육비 대납을 신청한다는 것은 ‘외상으로 이를 지급하면 나중에 일선 시·군이 책임지겠다’는 일종의 채무부담 의사표시여서, 상급기관(경기도) 예산 편성 여부와 관계없이 일선 시·군이 최종적으로 누리과정 비용 부담 책임을 지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성남시는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 누리과정 보육료 대납 요구는 명백한 지방자치법 위반이며, 공직선거법 위반 강요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법에서 의회의 의결 없이 자치단체가 채무 부담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를 거치지 않은 보육료 집행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또 기부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도 저촉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도가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온전히 시·군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도는 예산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아예 ‘너희 돈으로 불법 예산을 집행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볼모로 법과 원칙을 해치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할 경우, 카드사를 통한 보육료의 통상적 대납 절차를 안내한 것이다. 예산편성도 나중에 누리과정 예산이 짜이면 그때 그 예산을 조속히 반영하라는 뜻임에도 성남시가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