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과 전출금 등 사후정산”
교육청 “협의 없어…사후정산도 막막”
제주도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가 제주도교육청 쪽과 사후정산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육청에 주는 전출금에 손을 댈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가 하면, 예산 집행에 대해 사전협의를 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청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학부모와 보육 교직원들의 걱정이 커 도예산에서 우선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2개월분만 책정해 이달부터는 누리과정 예산이 잡혀 있지 않다.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상태지만 보육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 도가 집행하게 됐다”고 ‘선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지역 누리과정 연간 예산은 624억원으로, 유치원 166억원, 어린이집 458억원이다. 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는 이유로 유치원 부분은 전액 편성했으나, 어린이집 부분은 2개월분에 해당하는 76억원만 편성한 상태다.
도는 도교육청 쪽과 사후정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출금에 손댈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 지사는 “교육청과 제주도 사이에 정산해야 할 예산이 많다. 특정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갈등과 분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도가 집행한 어린이집 예산을 정산하지 않을 경우 도가 도교육청에 주는 전출금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가 주장하는 사후정산은 막막한 부분이다. 올해는 제주도가 예산을 집행하더라도 내년에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에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해온 것인데 당혹스럽고 아쉽다”고 말했다.
도와 도교육청 간 사전협의 유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원 지사는 “3월 들어 중앙정부, 도교육청, 도의회 등과 의견을 교환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사전협의를 거치고 오늘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교육청은 김정학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이 이날 오전 9시 교육감을 방문해 누리과정 예산을 선집행 하겠다고 통보한 게 전부라며 사전협의를 부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협의한 적이 없다.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을 홍보하면서 총선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도의 발표가 나왔다. 이것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의 본질이 묻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