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월24일에 ‘반별 정원 탄력편성’, 즉 어린이집 초과보육을 허용하는 지침을 지자체에 전달했다. 어린이집 총정원의 범위 안에서 몇 명까지 허용할지를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는 지난 2일 6시간 반 동안의 마라톤회의 끝에 서울시는 영유아보육법을 준수해 초과보육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채택했다. 다만 재원아동에 한해 매우 제한적인 예외 적용을 검토했고, 이 경우도 보조교사 채용, 어린이집운영위원회와 보육교사의 동의 등의 조건을 달아 보육의 질이 하락하지 않도록 했다.
영유아보육법에 규정된 보육교사 1명당 영유아 수는 만 0살 3명, 1살 5명, 2살 7명, 3살 15명, 4살과 5살은 20명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제시한 탄력 편성을 그대로 수용하면 보육교사는 만 1살 반의 경우 1명 더, 2살 반은 2명 더, 3살 반부터는 3명씩 더 돌봐야 한다.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은 보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던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을 기억한다. 어린 생명들을 위협한 것은 일부 보육교사들의 자질 문제만은 아니었다.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구조적인 보육환경 또한 위협 요인이다. 영유아보육법의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영유아들의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면서 최대한의 보육교사 책임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는 결정을 지자체에 위임한 복지부의 행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첫째, 2013년에 이미 결정한 ‘2016년부터 초과보육 전면 금지’에서 갑자기 허용 방침으로 돌아서 정책과 현장의 혼란을 가져온 것, 둘째, 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할 초과보육에 대한 결정을 지자체 책임으로 전가한 것, 셋째, 초과보육 허용을 학부모, 보육교사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 없이 진행한 것, 넷째, 어린이집 현장의 어려움이 누리과정지원금 4년째 동결 등 무책임한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는데도 그 부담을 어린이집 운영자들에게 전가한 것 등이다.
어린이집단체들은 현장의 운영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방안으로 초과보육 허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초과보육은 장기적으로는 물론 단기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린이집 이용자 수가 증가하지 않는 한 초과보육은 한 어린이집에서 다른 어린이집으로의 이동일 뿐이다. 오히려 어려운 곳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무상보육이 실시됐지만 보육의 질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보육의 공공성 또한 여전히 취약하다. 현장의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제대로 된 보육정책을 보여주기 바란다. 각 정당도 이번 총선에서 보육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보육정책은 초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