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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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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 힐, 푸니쿨라타고 벌레잡이 식물을 보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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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습성도 유전인가, 해람이는 밤이 되면 말똥말똥 나가 놀자고 하다가 아침에는 꼭 깨워야 일어난다.
하긴 또래보다 작은 다섯 살 아이가 그 짧은 다리로 우리와 같은 일정을 소화해내는 것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뭐 보러 가자, 어디 가 볼까 하면 가장 신 나서 앞장서기도 하고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니 참 신통하다.
해람아, 언덕 올라가는 기차 타러 가야지~ 했더니 부스스 일어났다. 페낭 힐(Penang hill) 올라가는 푸니쿨라(funicula, 케이블카라는 뜻의 스페인어) 를 타자고 조른 것은 해람이었다. 지난밤 여행안내 지도의 사진을 보고 기차가 산을 올라 간다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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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못 뜬 아이를 데려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조금이라도 선선할 때 가면 좋겠다고, 그리고 일찍 가면 긴 줄 서지 않을 거라는 속셈도 있었다. 숙소 근처의 재래시장 가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사람도 없고 시장의 가게들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를 실망 시키지 않는 페낭의 버스.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보다 늦게 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나서 또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가게들이 빠짐없이 문을 열도록 페낭 힐이 종점이라는 204번 버스는 오지 않았다.
아주머니 한 분이 보다못해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주셨다.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버스회사 전화번호가 있는데 여기로 전화를 해서 정류장 번호를 이야기하고 버스 번호를 말하면 언제 오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이 아주머니한테 배워서 그 뒤로도 종종 버스를 기다릴 때 여기서 기다리는 게 맞는지, 버스가 언제 오는지 전화를 해 보곤 했다. 그렇다고 버스가 바로 오지는 않지만 십 분 뒤에 온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십 분 뒤에 오는 건 아니라도, 조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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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보며 버스 루트를 연구하고, 스마트폰에서 한 붓 그리기 게임도 하고, 이제 막 문을 연 가게에서 불량 식품을 사 먹으며 시간을 때웠다. 조그만 비닐에 싸인 양갱 같은 것을 사 먹었는데 색깔에 따라 맛도 달랐다. 좌린이 고른 누런색 양갱은 두리안 맛이었다. 아루도 아빠 따라 두리안 양갱을 먹었다. 먹을 때는 맛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트림이  올라온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두리안은 고수만큼이나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과일의 여왕’이라고 부를 만큼 맛있다고 해서 몇 번 먹어보긴 했는데, 냄새가 하도 구려서 무슨 맛이었는지, 그렇게 단맛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 호기심 때문인지, 자신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인지, 좌린은 계속 두리안을 시도한다. 어제도 두리안 맛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길에서 두리안 파는 노점을 보면 일부러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고 신선할 때 먹으면 괜찮을지 모른다며 은근히 나를 부추긴다.
억지로 잘 먹는 척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싫다고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두리안 금지 표시가 붙어 있어서 아이들이 이것을 보며 막연한 거부감을 키우는 것도 조금은 못마땅하다. 두리안의 원산지를 여행하면서, 두리안에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지닌 사람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여행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경계를 넓히고 싶다면, 내 몸에 배인 습성으로 판단하거나 가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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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게 진열대에서 진기한 먹을거리들 중에서 'SOTONG'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소똥? 쓰인 대로 읽으면 그렇다. 그 밑에 cuttlefish 라고 쓰여있는 걸 보니 오징어인 듯. 가게 주인에게 물었더니 오징어가 맞단다. 말레이어로 ‘소똥’이 오징어란 말이지? 오래 지나도 이 단어만큼은 잊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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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만큼 기다린 것 아닌가, 이제는 나타나겠지, 처절한 바람을 육감이라고 믿어버릴 즈음
엄마, 똥!
해람이 뱃속의 신호가 먼저 왔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길 한가운데서, 하필이면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린 버스가 곧 올 것 같은 타이밍에 똥이 마렵다니!
좌린이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을 물어 시장 안으로 사라진 사이, 아니나 다를까, 204번 버스가 나를 약 올리듯 유유히 나타났다. 시간을 끌어보려고 버스 기사에게 페낭 힐 가는 거 맞냐, 가는데 얼마나 걸리냐, 다음 버스는 언제 오는지 물으며 좌린과 해람이가 사라진 쪽을 흘끔거렸으나, 결국 타지 못했다.
그래도 버스 안에서 ‘엄마, 똥!’을 외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고 마음을 달래며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뒤늦게 나타난 좌린은 해람이 덕에 시장 구경 잘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 버스가 11시에 온다고 했으니까, 15분만 더 기다리면 되겠네.
근데 과연 15분 후에 다음 버스가 올까? 배차 간격이 15분이라면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린 거지???
버스 기사의 말을 토대로 따져보는데 계산이 맞지 않는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특히나 우리보다 느린 호흡으로 살아가는 곳에서 이런 계산은 소용이 없다는 걸 여러 번 겪었으면서도 머릿속 생각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삼십 분쯤 기다렸더니 다음 버스가 왔다. 버스 정류장에 나온 지 한 시간 반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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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진짜 산을 올라 가는 기차야!!!
드디어 페낭 힐 도착!!! 버스 종점에 내려 언덕 오르는 푸니쿨라를 보니 모두 감격, 특히 해람이가 몹시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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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쿨라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낚시 의자를 꺼내 아이들을 앉혔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보는 이들마다, 특히 아이와 차례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굿 아이디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이들의 징징거림을 피할 좋은 방법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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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쿨라를 탔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아침 일찍 나와서 버스 정류장에서, 매표소 앞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이 창문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도 이제는 우리의 여행이 어떠한지, 목적지에서보다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매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는지 불평을 내뱉는 일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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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다본 조지타운.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서울의 남산 같은 유원지라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와 시내를 내려다보고, 기념품을 고르고,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는.
다른 점이 있다면 정상에 힌두교 사원, 이슬람 사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열대의 숲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트레일이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 울창한 숲으로 이끄는 오솔길이 눈에 띄었는데,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그 길 따라 가보고 싶었다. 형편이 된다면 푸니쿨라를 타지 않고 트레킹을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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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사원. 힌두교 사원에 처음 들어와 본 아이들은 팔다리가 여러 개이거나, 반인반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상하게 생긴 신상에 놀라기도 하고 재밌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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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을 눈여겨보게 되는데 한 명의 남자와 여자가 둘 셋,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다니는 것이 가끔 눈에 띈다.
히잡 속 여인들의 나이를 추정하기 어려운데

시어머니, 며느리?
친정엄마, 딸?
남자의 부인, 아이 봐주는 유모?
남자의 부인 1, 남자의 부인 2 ?

두 여자의 관계가 궁금하다.

 

오늘은 해람이가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한다. 벌레잡이 식물원 광고판을 보더니 가보자고 해서 모두 따라나섰다. 걸어서 15분이라고 쓰여있기에 애들 데리고 걸으면 삼십 분쯤 걸리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한참 만에 ‘여기서부터 1킬로미터’라고 쓰여있는 광고판을 발견하고 잠시 좌절했다. 걸어서 15분이라더니!! 따져봤자 내 머리만 아프다. 버기라이드를 탈 수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 색다른 차에 관심을 보이는 걸 모른 척한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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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 보자.
식물원 저기 보이네!
어디? 어디?
좀 전에 보였는데!
좌린의 ‘신기루’ 작전은 몇 분간 효과가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세 번 이상 속아주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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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쉬다가 원숭이들을 만났다.
동물원 철창을 사이에 두지 않고 바로 코앞에서 원숭이를 만나다니. 아이들이 몹시 신나서 다가갔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해람이가 만만해 보였는지 달려들려고 했다. 좌린이 해람이 옆에 붙어 서니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발리의 원숭이 사원에 사는 녀석들만큼 사납지는 않아서 함부로 덤벼들지는 않았다. 배가 고픈지 비닐봉지를 노리는 것 같았다.
나는 해람이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울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은 게 더 신기했다.
크허허~
아루가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니 울지는 못하겠고 잔뜩 긴장한 아이의 목에서 기이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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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숫자 2야, 그렇지? 사진 꼭 찍어 둬!
해람이는 뭔가를 잘 발견해낸다. 길바닥에 떨어진, 우리라면 무심코 지나칠 조그만 나뭇가지에서도 숫자를 찾아내고 눈높이가 낮아서 그런지, 조그만 벌레도 잘 알아본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씨앗이나 열매. 씨앗이나 열매를 보면 습관처럼 주워 모은다. 그리고 내게 맡기며 버리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하지만, 곧 잊어버리고 다시 찾지는 않아 참 다행이다. 처음에는 다시 찾을까 봐 열심히 모아두었는데 이제는 주머니가 불룩해지면 몰래 비우곤 한다. 해람이가 주워준 열매가 너무 예뻐서 버리지 못하고 따로 챙겨둘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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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저 앞에 식물원!
아빠, 또 신기루?
아니야, 이번엔 진짜야.

정말, 이번엔 정말, 벌레잡이 식물 모형과 함께 Monkey Cup이라고 쓰여있는 화살표의 표지판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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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식물원에 수많은 벌레잡이 식물들이 있었다. 주로 길쭉한 튜브 모양인데 이걸 monkey cup이라고 한단다. 공원 안내인이 한 바퀴 돌며 설명을 해주고 마지막엔 벌레잡이 식물에게 벌레를 주는 시연을 했다. 안내인이 원산지, 학명까지 거론하며 꼼꼼히 설명을 하는데 솔직히 나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걸 보려고 이렇게 걸었나 생각하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해람이는 대만족이었다. 설명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안내인이 가리키는 것을 놓칠세라 열심히 따라다녔다. 몽키컵 속의 개구리, 파리지옥풀로 들어가는 애벌레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해람이의 호기심을 채워준 것만으로도 여기 온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에 1링깃만 내면 페낭 힐까지 버기라이드를 태워주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페낭 힐에서 출발하는 버기라이드는 30~40 링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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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질 듯, 쏟아질 듯하더니, 우리가 식물원을 나서자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비에 관해서는 운이 따르나 보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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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푸니쿨라도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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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이가 그린 파리지옥풀.
네 식구 함께 같은 길을 걷지만 바라보는 것은 조금씩 다르다. 내가 지도를 보며 버스 루트를 연구할 때 좌린은 시장을 두리번거리며 흥미로운 간식거리를 찾아내고 내가 히잡 쓴 여인들의 사연을 궁금해할 때 해람이는 벌레잡이 식물원의 광고판을 발견해내었다. 해람이가 아니었으면 벌레잡이 식물에 관심이나 가졌을까? 푸니쿨라를 타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신나게 느껴졌을까? 때로는 여행 안내서에 소개된 볼거리보다 무심코 지나가는 조그만 벌레와 씨앗에 더 애정을 쏟는 아이, 고정관념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둘이 만나 인생을 두 배로 누리는 것이 결혼할 때 우리의 다짐이었는데 넷이 되니 시야가 넓어지고 삶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인생이 네 배로 행복해진다, 해람이가 종이에 살려낸 파리지옥풀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스쳐 간 길 위의 인연.>
오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좌린이 해람이 데리고 화장실에 갔을 때 한 커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조금 떨어져 있을 때는 둘 중의 한 명이 남자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둘 다 여자였다.
Where come from?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남자처럼 보였던 그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Korea 라고 했더니 조금 떨어져 앉은 다른 한 명이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강남 스타일!'하고 외쳤다. 노랗게 물을 들인 긴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한 그녀는 줄담배를 피워댔다.
코리아, 코리아, very nice, eh?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라기보다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아서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What's your name?
별안간 아루에게 말을 걸어오기에 유심히 보게 되었다.
아직 영어를 모른다고, 아루를 대신해서 대답을 해주었더니 또 무슨 말을 하는데 나에게 묻는 건지, 혼자 중얼거리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데 이가 대부분, 반 이상이 썩어 성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순간, 직감으로 알았다. 약을 했구나.
차림으로 보아 말레이시아 사람 같지 않아서,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으나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다. 과장된 몸짓이 부담스러워 조금 거리를 두었다.
페낭 힐에서 다시 조지타운으로 돌아오는데 버스 안에서 콤타르 근처를 배회하는 이 커플을 다시 보았다. 내게 말을 걸었던 그녀가 길 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뭐라고 떠드는데, 버스 안이라 듣지는 못했지만 과장된 몸짓과 환하게 웃는 얼굴이 너무나 불안정해 보였다.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길 건너편에서 이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또 마주쳤다. 하루종일 이렇게 근처를 배회하고 다닌 모양이다.
잘 알지도 못하고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들인데, 단지 몇 마디 주고받았을 뿐인데 마음이 쓰여 한동안 쳐다봤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마약에 찌든 성 소수자들이며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가까운 태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에서 본 들고양이들은 마르고 꼬리가 짧았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불협화음처럼 튀는 그들, 어딘가 어긋나고 비틀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들이 꼬리 짧은 들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그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떠한지 모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였고, 인간이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것을, 자신에게 부여된 삶을 아끼고 사랑할 권리와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졌다.
부디 어딘가에 마음 붙이고 잘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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