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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와 아이 어루만진 선녀님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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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책읽는곰 제공
그림 책읽는곰 제공
‘호호’ 아픈 날 ‘호호엄마’의 반나절
인형·사진으로 빚은 백희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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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엄마
백희나 글·그림/책읽는곰·1만2000원

첫손 아니면 서러울 인기 작가 백희나 그림책의 비결은 뭘까. 끊임없는 새로움을 상상력에 입히기. 그냥 판타지 말고, 유머로 구워낸 판타지.

<이상한 엄마>는 그림책이 일종의 종합예술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토리 얼개는 간결하다. 아이가 아픈 날 일하는 엄마의 가슴 졸이는 반나절. 엄마 없는 집에 돌아온 아픈 아이의 반나절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싱글맘 ‘호호 엄마’에게 아마도 학교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호호’가 열이 나서 조퇴했단다.

엄마는 호호를 부탁하려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결국 외할머니한테 부탁하는데, 이를 어쩌나, 이상한 잡음 속 엄마의 전화를 받은 건 외할머니가 아니었다. “이런이런, 흰 구름에 먹을 쏟아버렸네, 이를 어쩌지” 능청 떨며 서울에 큰비 쏟아지게 한 구름나라 할머니 선녀님. “아이가 아프다니 하는 수 없지, 좀 이상하지만 엄마가 되어주는 수밖에.” 이 ‘이상한 엄마’가 감기 든 호호에게 뜨거운 달걀국 끓여주고 달걀프라이 뜨거운 열기로 방 덥혀주고, 달걀흰자로 보슬보슬 안개비 피워올려 습도도 조절해 준다.

유머는 스토리에만 스민 게 아니다. ‘인형 장난 전문가’라 자칭하는 작가는 기름흙(유토)으로 인형을 빚어 오븐에 구웠다. 호호 인형, 호호 엄마 인형, 할머니 선녀 인형을 구웠다. 이들이 사는 집안 모습, 가구와 생활용품까지 세트를 만들어 놓고 인형들을 거기 얹어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 귀가중인 호호가 지나가던 동네 모퉁이는 어떻게? 호호한테 달려가는 엄마의 귀갓길 빗줄기는 어떻게? 우리 주변 동네를 촬영해 사진을 뽑은 다음, 인형을 그 앞에 놓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빗줄기는 투명 아크릴판을 긁어 만들었다. 실사 사진 앞에 인형 세트, 그 앞에 아크릴판을 놓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긴 공정을 거친 그림책은 때론 따듯하게 때론 서늘하게 맨들거리는 ‘그림책 인형극장’으로 거듭난다.

<이상한 엄마>는 혼자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판타지이다. 현실에서 호호를 대신 돌봐줄 ‘선녀님’은 없지만, 이 그림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렇게 해줄 사람 만들어달라고요.

인형들로 빚은 판타지라지만 그림책은 굉장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호호네 집 조붓한 현관과 그곳에 놓인 신발 몇켤레, 우산 두개는 우리네 서민 아파트를 그대로 옮긴 것만 같다. 결말은 해피엔딩. 종종걸음 집으로 달려온 엄마는 폭 잠든 호호 얼굴을 보곤 마음 놓는다. 3살부터.

허미경 선임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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