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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리는 어떻게 고통 극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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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여유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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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
멜라니 와트 지음, 김선희 옮김
여유당·1만8000원

파리 한 마리가 있다. 의기양양하게 집 안으로 날아 들어온다. 현관을 지나, 욕실과 침실을 윙윙 날아다닌다. 그리고, 거실의 둥근 지구본 위, 북극 자리에 앉는다. ‘세상 꼭대기’에 앉은 셈인데, 갑자기 청소기 버튼이 눌려지는 바람에 청소기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빛 한 줄기 없는 청소기 안에서 파리는 여러 단계의 행동을 보인다. 처음엔 청소기 안의 먼지구덩이를 아주 멋진 곳이라고 생각한다(1단계-부정). 현실을 깨달은 뒤에는 제발 꺼내달라고 외치면서 청소기한테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편지까지 쓴다(2단계-타협).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자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청소기를 공격한다(3단계-분노). 공격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희망을 놓아버린다(4단계-절망). 마지막 5단계에 이르러, 파리는 마침내 청소기 안에서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는 ‘수용’ 단계에 해당한다.

<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는 단순히 파리 한 마리의 고난을 담은 그림책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위기나 슬픔, 불행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풀어낸 것이다. 상실감으로 깊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되돌아보게 하고, 주변 사람은 그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부제도 ‘슬픔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5단계’이다.

어려운 심리학적 주제를 다뤘지만 쉽고 재미있다. 장난꾸러기 파리의 모습에 아이들도 공감할 수 있을 듯하며, 간결하고 재치있는 대사가 이어진다. 파리가 청소기 안에 여러 소품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과 함께 청소기 밖에선 강아지가 자신의 인형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조화를 이룬다. 엄마 아빠가 함께 보면 더 좋을 책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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