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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우리집 설거지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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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이와 이룸이 3.jpg

 

어떻게 하면 집안일을 애들한테 좀 시킬까를  궁리하는 내게 설거지는

늘 골치거리였다.

그동안은 아이들이 어려서 시키지를 않고 있다가 큰 아이가 아홉살때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살 돈을 모으기 위해 몇 백원씩 주고 설거지를 시켰었다.

아들은 한 3-4일 열심히 했는데 겨우 그걸 가상하게 여긴, 아들바보인 남편이

거금을 용돈으로 한번에 주는 바람에 설거지 아르바이트는 끝났다.

 

큰 아이가 열살이었던 지난해에는 집안일을 엄마가 너무 많이 하는 것같으니

좀 나누자며 고르라고 했더니 아들은 설거지, 큰 딸은 신발 정리, 막내는

엄마 심부름을 골라서 한동안 그럭저럭 지켜졌다. 그러나 이내 아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동생에 비해서 자기가 너무 힘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매일 저녁 설거지를 아들이 하고 있었는데 좀 과한 것 같아서

일주일에 3일만 하는 것으로 줄였다.

처음엔 제가 하고 싶은 날을 골라서 하더니 나중에는 슬슬 주말께로 미루다가

어영부영 안 하고 넘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큰 딸도 이미 한참전에

실발 정리를 잊고 있던 참이었다.

 

드디어 큰 아이가 열한 살, 둘째가 일곱 살, 막내가 네 살이 된 올해..

집안일 나누기는 또 한 번 대대적인 조율에 들어갔다.

큰 아이는 닭장 관리, 나는 개밥 당번, 둘째와 막내는 앵무새와 금붕어 먹이 관리를

맡았다. 물론 자기 방 정리는 기본이고 이불 펴는 것은 아이들이, 개키는 것은

내가 하기로 했다. 그리고 설거지가 남았다.

우린 잠시 의논을 한 끝에 각자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닦기로 했다.

네살 막내도 물론이었다. 아이들이 제가 쓴 식기만 닦아 놓으면

반찬그릇과 큰 설거지는 내가 하기로 했다.

밥 그릇과 국 그릇, 먹은 컵, 수저가 기본이었다. 아들은 좋아했다.

밥을 먹으면 재빨리 제 그릇만 얼른 씻어 놓고 물러갔다.  

일곱살 큰 딸은 마음이 넓어서 제 그릇 거두어 갈때 빈 반찬그릇도

가져다가 함께 닦아 놓곤 한다.

막내 이룸이도 제 그릇을 닦는다. 물론 막내는 옆에서 조금씩 도와준다.

그래도 여자애라서 그런지 그릇 닦는 손놀림이 야무지다.

 

이렇게 아이들이 설거지를 해도 내가 닦아야 하는 양이 훨씬 많긴 하지만

한동안 시행해 본 결과 나는 이 방식이 제일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미루지 않는다. 날짜를 챙기거나 다그칠 필요도 없다.

밥을 다 먹는 순서대로 그릇을 가져다가 씻어 놓으니 나는 반찬을

정리해서 뒷 설거지만 하면 된다.

전에는 설거지가 제일 많은 저녁같은 경우 설거지 할 시간이 없어서

다음날 아침까지 그대로 개수대에 쌓여 있는 날이 많았다.

저녁을 먹고 나면 방 청소와 애들 씻기기에 이부자리 펴고

책 읽어주네 어쩌네 하느라 시간이 다 가곤 했는데 이제 각자 제 그릇을

닦아 놓으니 설거지 양도 줄었고 나도 요령껏 설거지를 쌓아두지 않고

그때 그때 조금씩 해 놓으니 큰 설거지가 쌓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크 아이부터 막내까지 제 그릇은 제가 닦는다는 것에

익숙해진게 큰 소득이었다.

 

이제 큰 아이가 방학을 했으니 아이들과 부대끼며 함께 집안일을 할

시간이 늘었다. 다시한번 가족 회의를 해서 방학중에 집안일을

어떻게 나누어 할 것인가를 정할 것이다. 제대로 다 지켜지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이 집안일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온 것을 사실이다.

 

어서 어서 아이들이 커서 밥도 같이 하고, 걸레질도 같이 하고

내 일을 덥석 덥석 덜어갔으면 좋겠다.

공부하라는 소리는 지금껏 해본적이 없는 나는 오늘도

애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부려먹을까를 고민한다.

공부 잘 하는 애보다, 제 밥 스스로 챙겨 먹을 줄 아는 아이..

그게 내 교육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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