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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비룡소 제공 |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형보다 커지고 싶어스티븐 켈로그 지음, 조세현 옮김
비룡소 펴냄(2008)형제 문제는 아이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고민거리다. 부모가 자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도 믿기 어려운데 그 사랑을 나눠 가져야 한다니 아이들에겐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부모는 늘 똑같이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다. 적지 않은 부모가 형제들 중 어느 한쪽을 편애한다. 편애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 형제는 나이가 다르고, 발달 수준이 다르고, 좋아하는 활동이 다르다. 그러니 그 아이에게 주는 사랑의 모습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형은 동생에게 주는 부모의 사랑이 부럽고, 동생은 형에게 주는 부모의 사랑이 부럽다. 그 부러움의 근본 원인은 사랑을 다 갖고 싶은 마음에 있다.형제 관계가 아이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형제 관계를 다룬 그림책도 적지 않다. 그중 스티븐 켈로그의 <형보다 커지고 싶어>는 동생의 관점에서 형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설움과 형을 이기고 싶은 욕구를 잘 묘사한 그림책이다.동생 헨리는 형이랑 노는 게 재밌을 때도 있지만 대개 그렇지 않다. 형 마틴은 항상 자신에게 바보 같은 놀이만 시킨다. 좋은 역할은 자기만 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자기가 더 많이 먹는다. 수영도, 농구도 형처럼 하지 못하는데 형은 그런 동생을 비웃고 따돌린다. 동생은 얼른 형보다 커지고 싶다. 그것도 거인처럼 커져 지금의 설움을 다 갚아주고 싶다. 그래서 사과를 먹으면 키가 큰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기억해 엄청난 양의 사과를 먹는다. 하지만 배탈만 날 뿐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형보다 훨씬 커져서 자신이 작아서 당했던 일을 복수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부모님은 형도 예전에는 너만큼 작았다며, 너 역시 점점 클 것이라고 위로를 해준다. 하지만 그것은 위로가 안 된다. 헨리는 목발을 짚고라도 당장 형보다 더 크고 싶다.이 그림책은 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생각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그저 생각이 전부라면 굳이 그림책으로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생각이야 이미 모든 동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 이 그림책의 매력은 상상에 있다. 동생 헨리는 상상 속에서 엄청난 거인이 되어 형을 자기 앞주머니에 넣기도 하고, 형을 빵으로 만들어버리는 잔인한 상상도 한다. 형도 만만치 않다. 동생이 사과를 먹고 키가 클 것이라고 하자 너는 큰 사과가 되고 난 그 사과를 갖고 서커스에 나가 유명해질 것이라고 놀려댄다. 비현실적이지만 섬세하게 그린 만화풍의 그림은 그럴듯해서 더 재미나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
현실에서 이뤄질 일을 우리는 상상하지 않는다. 현실이 쉽게 변하지 않을 때 상상을 통해 도움을 얻는다. 이 책에서도 동생인 헨리가 형보다 커지는 일은 당분간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상상 속에선 얼마든지 커질 수 있고 상상하는 그 시간만큼은 작아서 느끼는 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물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제자리겠지만 원래 아이들의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삶을 버텨내기에 아이는 스스로가 너무나 약해 보이고 자기 앞에 놓인 미래는 온통 불확실하다. 만약 상상할 수 있는 힘조차 없다면 아이는 불안을 이겨낼 수 없다. 상상은 아이가 불안의 괴물들을 물리치고 어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무기이다. 그리고 좋은 그림책이란 바로 그런 무기를 만들어내는 대장간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