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랑 담은 책도 함께 나와
엄마·아빠 된 딸·아들 마음 ‘뭉클’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
강경수 지음/그림책공작소·각 권 1만2000원
그림책의 첫쪽, 갓난아이가 ‘맘마’라고 한다. 한 장을 넘기면 그 아이가 조금 자라 ‘엄마’라면서 엄마 품으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듯하다.
48쪽 분량의 그림책 <나의 엄마>에는 오직 엄마라는 말만 잇달아 나온다. 그런데 그 엄마라는 말이 매번 다른 색깔이고, 삶의 중요한 고비들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무서운 꿈을 꾸다 깬 소녀는 울면서 ‘엄마’를 외치고, 식탁에선 밥을 더 달라고 ‘엄마’를 부른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는 자신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엄마한테 화가 나서 ‘엄마!’라고 한다.(아래 그림)
이윽고 어른이 된 소녀는 결혼식장에서 울면서 ‘엄마’를 부르고, 나이 든 엄마가 세상을 떠날 때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면서 ‘엄마’라는 말을 토해낸다. 그리고 얼마가 흘렀을까, 새로 태어난 갓난아이가 등장해 예의 그 여성한테 엉금엉금 기어와 ‘맘마’라고 한다.
엄마는 그렇게 부를 때마다 항상 곁에 있다. 내가 필요할 때만 부르지만, 엄마는 항상 나를 걱정하면서 내 곁을 지켜준다. 엄마라는 존재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이토록 간결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책장을 닫을 때,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 앞으로 ‘엄마’를 조금 더 따뜻하게 불러드려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될 것이다. 책 표지를 감싸고 있는 세로 띠지를 벗겨보면, 삶에 대한 통찰이 숨어 있다. 5살 이상 아이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들이 함께 보면 좋을 그림책이다.
같은 작가가 함께 쓰고 그린 <나의 아버지>는 엄마와 조금 다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아빠는 나의 영웅이다. 자전거, 물수제비, 연날리기, 수영 등 “못하는 게 하나도 없다”. 아빠처럼 하고 싶지만 그만큼 안 된다. 비틀거리면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는 “아빠, 내 뒤에 있는 거지?”라고 하고, 아빠는 “그럼. 물론이지”라고 답한다. 아이는 자라고, 어느 순간부터 아빠보다 자전거를 더 잘 타게 되고, 아빠를 차츰 잊는다. 불현듯 생각나 뒤돌아보니, “아빠는 계속 내 뒤에 있었어. 하지만 커다랗고 힘 있는 아빠가 아니라 늙고 허름한 모습의 아버지였어”.
이윽고, 늙은 아버지는 “이제는 나보다 네가 뭐든지 잘하는구나”라고 했고, 놀란 아들은 “아니에요. 아버지… 전 아직도 모자란걸요”라고 답한다. 이에 늙은 아버지는 옆에 서 있는 꼬마를 보라고 한다. 거기엔 장성한 아들의 꼬마 아들이 “아빠, 나도 아빠처럼 자전거를 탈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 작가는 언제까지나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이렇게 그려 넣었다. 책 표지는 언제나 보이지 않게 뒤에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역시 5살 이상 아이와 세상의 아버지가 함께 보면 좋을 책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