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2050년 교단 위에는 누가 서 있을까?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충격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현재 초중고 학생들의 절반 가까이는 ‘인공지능 선생님’이 ‘인간 선생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는 지난 5월 신나민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팀과 함께 서울시내 초중고 학생 749명(평균나이 13살)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인공지능 선생님’을 ‘현재 학교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대체하도록 짜인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했다.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40.2%(298명)가 “인공지능 선생님이 인간 선생님을 대신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초등학생은 333명 중 절반(50.2%)이 가능하다고 답변해, 어릴수록 긍정적 반응이 더 높았다.
긍정적 답변을 한 학생 300명 중 47.7%는 “인공지능 선생님이 담임교사를 맡는 것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과학’(70.7%), ‘수학’(69.7%), ‘영어’(63.7%) 등 교과목 교사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돌봄교사’(33.7%), ‘상담교사’(24.3%)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능하다는 응답이 낮게 나왔다. 또 학생들은 인공지능 교사의 모습에 대해 성별은 상관없지만(70.5%) ‘인간과 똑같은 모습’(38.9%)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만약 인공지능이 우리반 담임선생님이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예, 아니요로 응답해보라는 질문에, “선생님께 높임말을 사용할 것이다”(71.1%),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를 해올 것이다”(69.6%), “선생님이 시키는 교우관계 지시(싸운 친구와 화해 등)를 따를 수 있다”(60.2%)에 대해서는 “예”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지만, “선생님이 시키는 벌칙을 받을 수 있다”(41.9%), “선생님에게 스승의날 카네이션을 선물할 것이다”(39.9%), “진로상담을 할 수 있다”(39.3%), “이성친구에 대해 상담할 수 있다”(21.6%) 등의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공지능이 선생님일 때 좋은 점’을 주관식으로 써보게 했다. 상당수가 ‘정보의 정확성과 방대함’, ‘탁월한 기억력’, ‘체계적인 수업’ 및 ‘공정한 평가’를 좋은 점으로 들었다. “학생을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13살·남), “공과 사 구분이 정확할 것이다”(15살·남), “모두를 평등하게 대우할 것이다”(16살·여) 등 공정함에 대한 기대감도 많았다. “(선생님이) 오류가 나면 1교시를 빼먹을 수 있다”(11살·남), “휴대폰 게임을 해도 안 혼나니까 좋다”(10살·여), “개판 칠 수 있다”(15살·남) 등의 답변도 나왔다.
한편, “인공지능이 선생님을 대신할 수 없다”고 답한 학생들은 주된 이유로 “감정이 없기 때문에”(43.5%)를 가장 높은 비율로 꼽았다.
그 뒤를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17.2%), “인공지능에게 지시받기 싫음”(15.1%), “프로그램대로 행동하기 때문에”(11.4%)가 이었다. 주관식 답변으로는 “사랑으로 가르치지 못한다”(13살·남), “로봇이 사람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싫다”(12살·여) 등이 나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