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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나무에 신발이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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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할머니 따뜻한 연결 
상상의 나래 펴는 나무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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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열리는 나무 
박혜선 글, 김정선 그림/크레용하우스·1만1000원

연둣빛 잎이 싱그러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앙증맞은 강아지 한 마리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그 나무에는 알록달록한 신발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신발이 열리는 나무>는 표지만 봐도 ‘무슨 이야기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할머니와 누렁이다. 할머니 신발 냄새를 킁킁 맡기 좋아하는 누렁이는 할머니 신발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할머니가 어디 가서 짝짝이 신발을 신고 오면 누렁이는 제 짝을 찾아오곤 한다. 그런 누렁이가 할머니는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본 누렁이는 동네에서 보이는 신발마다 입에 물고 온다. 할머니와 동네 사람들이 아무리 혼내도 누렁이에겐 소용없다. 신발을 물어와 장독대에 숨기고, 자전거 옆에 놓고. 땅속에 파묻고….

시골에 사는 할머니와 강아지에게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듯한 이 이야기는 중간에 반전이 있다. 봄이 되어 텃밭 한가운데 이상한 모양의 새싹이 움튼다. 자세히 살펴보면 새싹은 신발 모양처럼 생겼다. 할머니는 이 신기한 새싹을 정성을 다해 키운다. 신발 모양 새싹은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나무에는 주렁주렁 신발이 열린다. 빨간 장화, 가죽 구두, 하얀 고무신이 열린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기발하고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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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연결지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나무와 신발,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누렁이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으로 연결해 ‘신발 나무’라는 하나의 재밌는 이야기를 탄생시킨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이 책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그림이다. <막걸리 심부름> <꽃신 신고>를 통해 한국적인 풍광들을 잘 담아낸 김정선씨는 이번 책에서도 한국의 시골 모습을 정감있게 담아냈다. 작고 복슬복슬한 누렁이와 곱슬머리에 눈코입이 작고 귀여운 할머니는 인물의 특징이 잘 살아나면서 보기만 해도 친근하다. 신발 나무 새싹이 움터서 시간이 흐르면서 커다란 나무로 자라는 모습이나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신발을 베개 삼아 낮잠 자는 누렁이의 모습은 뭔지 모를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해준다.

경기도 별내지구에 있는 산들소리 수목원에 가면, 갤러리 카페 앞에 ‘물병나무’ ‘머그컵 나무’ ‘주방도구 나무’가 전시돼 있다. 많은 아이들이 신기한 듯 나무들을 쳐다본다. <신발이 열리는 나무>를 아이와 함께 읽고 수목원에 들러 이색 나무들을 보며 ‘나만의 이색 나무’를 상상해보면 어떨까. 재미 사냥꾼인 아이들은 재밌는 나무를 또 탄생시키지 않을까. 4살 이상.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그림 크레용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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