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작가의 ‘잘못’ 시리즈
잘못 걸린 짝
이은재 글, 신민재 그림/주니어김영사·9500원
또래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12살. <잘못 걸린 짝>의 주인공 도령이도 12살이며 자칭 ‘인기남’이다. 도령이는 중산층 가정의 자녀로 아빠는 의사이며 엄마는 명품 쇼핑을 즐기며 ‘갑’ 행세를 즐기는 사람이다. 도령이는 자신을 대놓고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을 만큼 인기가 있고, 반장도 싫증날 만큼 해봤다. 남부러울 것 없던 도령이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바로 임대아파트에 살고 퀴퀴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도령이가 싫어하는 순백이와 짝꿍이 된 것.
<잘못 뽑은 반장> <또 잘못 뽑은 반장>과 같은 작품으로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을 받은 이은재 작가의 신작은 또 ‘잘못’ 시리즈다. 이번에는 ‘잘못 걸린 짝’이다. 초등학생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실제 아이들 세계에 들어가 관찰한 것처럼 아이들이 쓰는 언어, 문화, 심리를 현실감 있고 밀도 있게 담아냈다.
짝이 너무 싫은 도령이는 온종일 짝을 어떻게 바꿀지만 생각한다. 급기야 선생님께 짝을 바꿔달라고 편지를 쓰다 짝에게 들키고 만다. “텅 빈 동굴 같은 눈빛”을 가진 순백이는 도령이에게 자리를 바꿔줄 테니 토요일 하루만 자기네 집에 와줄 것을 요청한다. 도령이와 순백이의 관계는 그렇게 이어지고, 도령이는 순백이에 대해 차차 알아간다.
순백이의 아버지는 3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동생 동백이도 많이 다쳐 순백이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동생을 보살피러 간다. 그런 사실들을 알고도 도령이는 여전히 순백이와 자신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갑’, 순백이는 ‘을’이라는 생각이 철저하게 내면화됐기 때문이다. 그런 도령이가 순백이네 집을 방문한 뒤 마음의 빗장이 슬슬 풀린다. 도령이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의 눈엔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고 코는 알싸해질 것이다.
“너는 어느 아파트에 살아?” “너희 아빠 직업은 뭐야?”
요즘 초등학생들은 친구들을 부모 직업, 사는 집, 차 등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아마도 어른들의 잘못된 가치관을 아이들이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집, 차, 옷 등 겉모습으로 어떤 한 사람을 온전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친구 관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겉모습이 아닌 사람 됨됨이와 관계 속에서의 밀도 있는 경험임을 이 책은 감동 깊은 이야기로 말해준다. 물질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이 책을 읽으면 아이의 마음이 한 뼘 더 자랄 것이다. 초등 3~6학년 대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