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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금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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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얼마 전에 후배가 아내의 임신 소식과 함께 태아의 3차원 초음파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마냥 기쁜 후배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아직 얼굴의 윤곽도 알아보기 힘든 아기(?)의 사진을 보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

예전에는 가족 앨범에 고이 간직해두었을 사진들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90%의 미국 부모들이 자녀의 사진을 생후 6개월 이내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고, 이 가운데 25%는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공유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영국 부모들은 5살 미만 자녀들의 사진을 매년 200여장씩 세상에 공개한다. 한국 부모들이라고 덜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사진과 일상을 온라인에서 스스럼없이 공유하는 게 과연 문제가 없는 일일까. 아이들이 자라서, 유아용 변기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즐거워할 수만 있을까.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그 사진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만약 페이스북에 올린 초음파 사진의 태아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면?

이런 걱정이 아이들에게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부모들이 그들의 삶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최근 프랑스는 아이들의 동의 없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부모에게 약 5천만원의 벌금과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게 프라이버시법을 개정하여 아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기로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세이레(21일) 혹은 일곱이레(49일) 동안 문에 금줄을 치고 가족들 외에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못하게 하였다. 갓 태어난 아이와 산모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지혜가 디지털 시대에도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아이들의 출생과는 별개로 처음으로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는 ‘디지털 탄생’과 함께 모든 일상이 기록되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고 긍정적인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때까지, 부모들은 온라인에서 아이들의 노출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디지털 금줄’을 치라는 것이다.

이재포 협동조합 소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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