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유치원생 어린이를 통학버스에 8시간 가량 방치해 중태에 빠뜨린 관계자들이 입건됐다.
광주지방경찰청은 광주 광산구의 한 유치원 인솔교사 정아무개(28·여)씨와 버스기사 임아무개(51)씨, 원장 박아무개(52·여)씨, 사고 당일 당직교사 이아무개(여)씨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9일 오전 9시10분부터 오후 4시42분까지 유치원 25인승 통학버스에 타고 있던 ㅊ(4)군을 방치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ㅊ군은 유치원과 차량으로 2분 남짓 거리의 동네에 살아 가장 마지막에 버스에 탔지만, 인솔교사와 운전기사는 다른 원생 8명만 하차시킨 뒤 남겨진 ㅊ군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낮 최고 기온이 35.3도를 기록한 폭염 속에 8시간 가까이 방치된 ㅊ군은 열사병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3일째 의식이 없는 상태다.
당시는 종일반 형태로 운영하는 방학기간 셋째 날로 돌봄교실 참가를 신청한 원생 60여명 가운데 30여명만 나왔으며, 등원하기로 했다가 안 나오는 원생들이 있어 출석 확인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인솔교사 정씨는 차에서 먼저 내려 아이들이 버스 계단을 내리는 것을 도운 뒤 차량에 다시 타지 않고 고개만 내밀어 내부를 둘러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운전기사 임씨는 인솔교사가 실내를 확인했을 것이라 여기고 바로 세차장으로 운전해 차를 씻은 뒤 유치원에서 1.5㎞ 가량 떨어진 아파트단지 대로변에 주차했다. 임씨는 오후 들어 무더위로 달궈진 차량의 실내온도를 낮추려고 창문을 열다가 ㅊ군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ㅊ군은 탑승할 때는 뒤에서 세 번째 좌석에 앉았으나, 발견 당시에는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쓰러져 있었다. 유치원 통학버스에는 블랙박스와 내부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4명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