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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귀가시간, 규칙을 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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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나는 대학생이었을 때도 집에 늦는다고 전화할 일이 있을 때마다 엄청 주저했던 기억이 있다. 매번 부모님의 질책을 들을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엔 혼날 생각에 가슴도 두근거리고 발걸음도 무겁고 그랬다. 돌아오는 엄마의 말은 “너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세상을 못 믿어서 그래”였다.

사춘기 아이들의 불만 중 하나가 바로 귀가시간이다. “다른 애들은 다 늦게까지 있는데 나만 일찍 나와야 해요. 한창 재미있을 때 나와야 하니까 짜증 나요.”

부모는 부모대로 할 말이 많다. “자기가 약속한 시각도 못 지킨다. 한 번 봐주면 계속 늦는 걸 어떻게 하나.”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를 해야지, 연락이 없어서 전화하면 아예 안 받는다.”

아이들한테는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거다. 지금 이 순간의 재미가 강력한 동력이 되는 아이들에게 그걸 내놓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 엄청나게 무리한 요구다. 그 대가가 혼나는 거라면 아이들이 무엇을 선택할지 쉽게 예상된다. 실제로 단순 귀가시간의 문제가 심각한 가출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귀가시간에 대한 규칙은 필요하다.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합의된 시간이 정답이다. 시간을 정할 때는 아이가 커갈수록 허용의 범위가 넓어져야 함을 참작해야 한다. 단, 아이 안전을 지키는 범위에서는 타협하면 안 된다.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있는지, 언제 집으로 오는지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와 설정으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아이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한번은 우리집 규칙에 대해서 따져 묻는 아이에게 “네가 어른이 되기까지는 엄마, 아빠가 너를 잘 기를 책임이 있어. 네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는 것도 아직은 우리가 도와주거나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잖아. 그러니까 엄마, 아빠의 입장이 규칙에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건 네가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의 말을 해주기도 했다.

집이 편하지 않으면 밖으로 돌 수밖에 없다. 반갑게 맞이해주고, 아이가 집에서도 쉬거나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주고, 의논 상대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집에 들어오기 싫어하는 게 무엇 때문이지 알아야 한다.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아서 늦는다면, 그 친구들의 태도나 행동 등에 초점을 맞춰서 우려되는 점과 걱정하는 마음을 전한다.

약속을 어기고 늦게 오는 경우에도 미리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야 한다. 늦으면 어떤 식으로 전화하거나 행동해야 한다는 것,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세세하게 공유해야 한다. 중요한 건, 아이가 전화했을 때 화를 내거나 야단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다음부터 아이가 전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늦게 들어온 아이에게 걱정했음을 전하고, “늦었구나. ○○시까지는 와”라고 차분하게 말하는 게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어기는 경우에도 그걸 싸움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이 스스로 규칙을 어기고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부모가 걱정하며 마음 쓰고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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