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사진 pixabay.com용인의 집에서 출발하여 천안에 도착한 후, 다시 1시간 반 만에 안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산에 도착했어. 그런데 조수석에 계속 앉았는데 너무 피곤해” 그러자 아내는 깔깔거리며 “당연하죠. 아들 연수시키느라 그런 거죠” 그렇다. 오늘은 21살 아들에게 자동차 도로주행 연수를 시키는 날이었다.
아들에게 자동차는 매우 친근한 기계다. 어린 시절부터 조수석에 앉아서 아빠와 많은 여행을 다녔기에 자동차를 더욱 좋아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쯤, 그 당시는 네비게이션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지가 정해지면 고민없이 바로 도착하는 것이 신기했나보다. 그래서 아들이 하는 말, ‘아빠는 네비게이션이네요’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과 강원도나 충청도를 함께 가면 꼭 하는 말, ‘아빠, 여긴 제가 몇 번 째 가는 길이예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충 7번쯤일거야’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때론 초행길임에도 불구하고 ‘여긴 5번쯤일거야’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덕에 아들은 공간지각능력이 탁월하게 발달했다. 아들이 5학년이던 5월 4일, 아내는 나에게 화를 낸다. 그 이유는 내일 청계천 7가에 물고기를 구입하러 혼자 가겠다고 엄마에게 통고를 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아들아, 내일 청계천에 혼자 간다면서..”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거기까지 어떻게 혼자 갈 수 있는지 아빠에게 설명해줄 수 있니?”라고 하자 버스와 전철과 버스를 타면 도착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한다. 그래서 ‘엄마가 괞한 걱정을 했구나’라며 허락했으며 다음날 저녁에 집으로 무사하게 귀환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서 운전면허를 일찍따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2학년 봄이 되어서야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했으며 이를 아빠에게 알렸다. 그래서 도로연수는 아빠가 시켜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 후 아들은 엄마의 심부름을 수시로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유인 즉, 6키로 거리에 있는 외할머니집에 자주 심부름을 하거나 대형마트에 엄마 심부름을 하는 것이었다. 때론 성당에 다니는 외할머니를 픽업도 하고 말동무도 해주었다. 알고보니 엄마의 차를 운전하면서 동네의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나름대로 주행 연수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 아들에게 도로연수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고, 어제로 날짜를 확정했다. 오후 1시 30분, 아들과 출발을 했는데 먼저 세차장에 갔다. 그리고 외관이 별로 더럽지는 않았지만 아들에게 세차를 맡겼다. 마른 수건으로 자동차 외부를 닦으면서 “아빠, 본넷을 볼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한다. 그 말에 동의를 한 후 당김 장치를 당긴 후에 본넷을 열어보라고 했더니 한 참 걸려서 연다. 그리고 엔진과 밧데리, 카브레타, 점화플러그의 위치를 알려주고 엔진오일 점검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동이 걸리는 원리를 설명해주었다. 아들은 다양한 질문을 했고 답변을 해주었다. 그리고 더우니 음료수를 마시자며 야외용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자동차를 타기 전에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알지 못했다. 그것은 공기압을 체크하는 일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이어서 도로 주행중에 타이어에 펑크가 났을 때 대처방법, 자동차의 고장으로 갓길에 차를 세울 때,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름 질문을 계속한다. 마지막 질문은 운전의 고수란 무엇이냐고 했더니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로연수는 세차장에서 출발하였으면 먼저 동네의 셀프주유소에 가서 아들에게 카드를 주고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수원IC를 통과하며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아들에게 방향을 바꿀 때, 방향지시등이 3번을 깜빡한 후에 하라고 말했다. 아들은 3차선에서 80~90키로미터의 속도로 주행을 했다. 여기서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보는 법을 알려주었다. 평상시에는 볼 필요가 없고, 차선을 변경할 때만 사이드미러와 백미러를 보면 된다고 했다. 중간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이 다수 있었다. 때론 위험할 정도로 끼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은 크락션을 울리지 않았다. 아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들아, 그건 고수들이 하는 것이고 너는 지금 크락션을 울려야 해”라고 말했다.
» 자동차. 사진 pixabay.com
사실, 아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동안 차를 타면서 아빠의 행동에 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빠의 운전 습관을 보면 크락션을 거의 울리지 않았고, 끼어들기를 하면 ‘어허, 저 사람 바쁜가보자’라는 말을 자주 했으며 긴급하게 끼어들기를 해도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망향휴게소에 일부러 들었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하이패스 카드 충전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천안에서 회차를 하고 아들의 하숙집인 안산으로 가기로 했다. 자동차는 2차선으로 주행을 하게 했으며 고속도로에서는 앞차와의 흐름을 타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아들은 속도를 높여서 90~100키로를 밟았으며 110키로까지 속도를 높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이 때, 아들은 “아빠, 고속도로에서 흐름을 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어요“라고 말한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방향을 바꾸었는데 동수원IC에서 도로공사로 인하여 차량이 병목현상이다. 그래서 다시 국도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제 일반 도로이다 보니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아들은 내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 전에 친구들과 차를 몰고 놀러갔던 이야기를 한다. 물론 자신도 운전을 일부 했다고 말한다. 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사서 펜션에 도착했는데 술이 모자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 술이 모자라면 음주운전을 할까봐 도착하자마자 다시 술을 사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또한 음주운전을 하는 것은 범죄자이며 남의 가정을 파괴할 수 있는 파렴치범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술을 마시지 않는 아빠, 맥주 한잔을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변하는 아빠를 보면서 음주운전을 한 아빠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산에 도착하기 20분 전, 아들은 작심을 한 듯 “아빠, 다음 주에 친구들과 놀러갈 때 아빠 자동차 사용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아빠 강의일정이 없으면 사용해도 된다. 단, 기름값은 네가 내야 한다.’ 그러자 당연하다고 말한다. 아들은 운전면허를 딴 후에 엄마의 차를 이용하여 동네에서 스스로 기본 연수를 했고, 또한 운전에 대한 기초상식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빠의 어께너머로 보아온 세월에 대한 보상이었다.
또한 도로 연수를 하면서 아들에게 디테일한 부분을 설명해주었고, 아들은 아빠에게 수많은 질문을 했다. 오늘, 아들은 가슴이 떨리는 날이었다. 아빠는 시속110키로로 밟아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첫 경험, 그것은 누구나 떨리는 날인데 바로 설레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은 아들에게 운전에 관해서 오랫동안 기억되는 날이며, 아빠를 가슴으로 기억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은 운전도 하지 않고 조수석에서 우아하게 앉아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피곤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