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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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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생각 덧댄 ‘현재진행형’ 놀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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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놀이터.jpg» 경북 상주시 백원초에 설치된 적정놀이터. 편해문씨 제공.
바야흐로 디아이와이(DIY) 시대다. 3D프린터를 활용해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고, 이제는 큰 구조물도 필요하다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나와 우리와 공동체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기 스스로 연구하고 만들어 쓰는 문화와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놀이기구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 놀이터에 있는 조합 놀이기구는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놀이기구가 재미없다고 한다. 적정 비용으로 아이들이 정말 재밌어할 놀이기구를 만들 수 없을까? 

나는 이런 흐름을 ‘적정놀이터, 공유놀이터, 전환놀이터’로 개념화한 바 있다. 이제는 이러한 대안 놀이터 짓기 운동이 조금씩 물꼬를 트고 있다. 사는 곳 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재료, 간단한 연장과 도구를 가지고 뚝딱거려 만드는 놀이터들이 생겨나고 있다.  

인천 배다리 공유지에서도 이러한 적정 놀이터 만들기가 진행 중이다. 경북 상주시에 있는 백원초등학교와 충남 서산의 강당초등학교에선 이런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마당에서도 몇 년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동네 놀이터를 만들어 놀고 있다. 

적정놀이터2.jpg» 경북 상주시 백원초에 설치된 적정놀이터. 편해문씨 제공.적정놀이터의 구체적 모습은 어떨까. 상주의 백원초 뒷마당 놀이터를 보자. 폐교 위기에 처했던 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사와 지역 어른들은 학교 안을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학교 뒷마당에 작은 정자를 만들었는데,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보태져 4년이 지난 현재 놀이터 모습은 3층 구조물 형태를 하고 있다. 

맨 꼭대기는 나무집 형태로, 계단을 타고 거의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아래 2층은 구름다리로 이어진 놀이방이 2~3채 연결되어 있어 아이들이 이리저리로 건너다닐 수 있다. 1층으로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도 있다. 1층에는 밧줄로 연결한 그네가 있고, 밧줄놀이도 가능하다. 이 놀이터는 한마디로 ‘놀이집’이다. 백원초 아이들은 운동장 구석에 반짝이는 기존의 놀이기구보다 이곳을 더 찾는다고 말했다. 

적정놀이터가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놀이터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와 유지다. 놀이터를 만드는 게 10%라면, 관리와 유지는 90%의 품과 삯이 든다. 관리와 유지를 중시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적정놀이터를 처음 만들 때부터 관리와 유지의 주체를 누가 할지, 어떻게 관리할지 분명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놀이터를 어른들이 만들어 선물 주듯이 아이들에게 안기는 것이다. 백원초 적정놀이터의 아름다움은 아이들과 놀이터에 관심 많은 어른들이 함께 여러 해 동안 조금씩 덧붙여 만들었고, 지금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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