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야당 누리과정 등 교육예산 3천억원 증액 단독처리
새누리 “야당이 합의 어겨” VS 더민주 “민생예산 양보 못해”
여야 예결위 간사 오늘 협상 재개
여야가 30일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 채무 상환 등을 위한 교육예산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본회의 개회가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다수 의석을 점한 정당의 위헌적 폭거”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예산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새벽 1시까지 추경안조정소위원회를 열어 밤샘 협상을 벌였지만 누리과정, 학교 운동장 우레탄트랙 교체 등을 위한 목적예비비 3천억원, 개성공단 관련 예비비 700억원 등을 증액 편성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여당이 반대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29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 참석을 ‘보이콧’(거부)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세계잉여금 1조2천억원 가운데 6천억원을 시·도교육청의 지방채 상환 명목으로 신규 편성하는 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후 더민주 소속 예결위원들이 금액을 3천억원으로 낮추고 국민의당이 조정안도 내놨지만 정부·여당은 원안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애초 합의를 어겼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의원총회를 열어 “야당이 번번이 약속을 파기한다. 이런 반칙왕 야당을 상대로 어떻게 국회 운영을 해나갈지 걱정”이라며 “정부가 동의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추경 처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위헌적 폭거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도 “국회 다수 의석을 점했다는 것 하나로 수의 권력을 남용하는 정당이 집권을 하면 국정을 얼마나 농단할지 국민들이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날까지 야당이 추경 처리를 하지 않으면 애초 합의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백남기 농민 청문회 약속도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날 본회의 뒤 열기로 한 연찬회도 취소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아침 의원총회를 열어 “추가 협상을 기다리겠지만 양보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보잘것없는 부실 추경안임에도 정부에 발목 잡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협조하려 했으나 민생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고 운을 뗀 뒤 “부실한 대기업은 수조원씩 지원하면서,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고작 몇천억원의 민생예산은 넣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려고 하느냐”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의원총회 뒤 교문위 더민주 간사인 도종환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누리과정 빚이 14조원이고 올해 갚아야 할 이자만 5300억원”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보육은 국가 책임이고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돈 없으니 너네(교육청)가 해결하라’ 해서 이렇게 빚이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들은 이날 오후 다시 만나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31일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엄지원 이경미 기자 umkija@hani.co.kr